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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시간 끝났지만..다시 타오르는 미겔 카브레라[슬로우볼]
2021-08-05 06:00:06
 


[뉴스엔 안형준 기자]

불혹을 바라보는 베테랑이 다시 불꽃을 태우고 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미겔 카브레라는 8월 4일(한국시간)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경기에서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카브레라는 팀에 첫 득점을 알리는 솔로포를 터뜨렸고 디트로이트는 강적 보스턴을 4-2로 꺾었다.

이 홈런은 카브레라의 올시즌 11호 홈런이었다. 그리고 카브레라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기록한 통산 498번째 홈런이었다. 카브레라는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27명 밖에 달성하지 못한 통산 500호 홈런에 단 2개만을 남겨뒀다.

베네수엘라 출신 1983년생 카브레라는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시즌 87경기에 출전해 .268/.325/.468, 12홈런 62타점을 기록했고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265/.315/.471, 4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데뷔시즌부터 최고의 무대까지 경험한 카브레라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데뷔 19년차 카브레라는 플로리다와 디트로이트 두 팀에서 통산 2,541경기에 출전했고 .311/.388/.535, 498홈런 1,778타점 39도루를 기록했다. 발은 빠르지 않지만 압도적인 정교함과 뛰어난 장타력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다. 통산 두 번이나 리그 MVP(2012-2013)를 차지했고 4번이나 타격왕에 올랐으며 홈런왕도 두 번을 차지했다. 7번이나 실버슬러거를 수상했고 11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다.

카브레라는 2012년 타율 0.330, 44홈런 139타점으로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했고 통산 10차례 30홈런 이상을 기록했으며 통산 11차례 3할 타율을 기록했다. 30개 이상의 홈런을 쏘아올리는 거포이자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는 교타자기도 한 카브레라는 삼진으로 문제가 된 적도 없었고 선구안도 좋았다. 사실상 약점이 없는 완벽에 가까운 타자였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하지만 그 카브레라도 가는 세월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33세 시즌이던 2016년 .316/.393/.563, 38홈런 108타점을 기록한 카브레라는 이듬해인 2017년 커리어 로우인 타율 0.249를 기록했고 이후 완전히 전성기와 멀어졌다. 2003-2016년 슬래시라인이 .321/.399/.562였던 카브레라는 이후 5시즌(2017-2021)에서는 .264/.336/.401에 그쳤다. 부상도 잦았고 정교함과 장타력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전성기의 마지막 해 시작된 디트로이트와 카브레라의 8년 2억4,000만 달러 계약은 디트로이트에게 '악몽'이 됐다.

올시즌에도 그런 모습은 이어지고 있다. 38세가 된 카브레라가 극적인 반등을 이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 카브레라는 4일까지 올시즌 84경기에서 .253/.310/.390, 11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OPS 0.700은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무기력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카브레라는 4-5월 37경기에서 .184/.263/.279, 4홈런 17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6월 22경기에서 .329/.356/.494, 3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며 매서운 타격을 선보였고 7월에도 23경기에서 .280/.326/.427, 3홈런 16타점으로 괜찮은 타격을 했다. 8월에는 단 2경기지만 .400/.500/1.000 1홈런 2타점으로 매섭게 기세를 올리고 있다. 후반기(16G .309/.354/.582, 4HR 17RBI) 타격 성적은 전성기를 방불케하는 수치다.

물론 이 페이스가 후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이미 속구에 대한 대처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인 카브레라는 여전히 빠르고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지만 좋은 타구를 날리는 비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빗맞은 타구, 땅볼도 늘어나고 있고 타율, 장타 등에 대한 기대지표도 상당히 낮다. 후반기 뜨거운 페이스도 곧 사그러들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가 곧 떨어진다 하더라도 카브레라의 활약에는 의미가 있다. 불혹을 앞둔 카브레라는 통산 500홈런 이정표에 다다르며 아직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이고 있다. 현재 통산 홈런 28위인 카브레라는 남은 후반기 활약에 따라 통산 홈런 27위인 에디 머레이(504HR), 26위인 개리 셰필드(509HR)도 넘어설 수 있다. 동갑내기 조이 보토(CIN)처럼 몰아치기가 나온다면 25위 멜 오트(511HR), 공동 23위 어니 뱅크스, 에디 매튜스(512HR)도 바라볼 수 있다.

명예의 전당을 바라보는 '살아있는 전설' 카브레라의 활약은 젊은 선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MLB.com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루키 아킬 바두는 "난 카브레라를 비디오게임 속에서 보며 자라왔다. 지금 그와 팀 동료가 돼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고 말했다. 카브레라의 스윙 하나, 홈런 하나는 그를 바라보는 어린 선수들에게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화려한 시간은 끝났다. 하지만 노장은 여전히 힘차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과연 남은시즌 카브레라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어떤 성적표와 함께 시즌을
마칠지 주목된다.(자료사진=미겔 카브레라)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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