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되는 순간은 정말 많았지만‥그것들이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영화 '콜'(감독 이충현)에 출연한 박신혜는 11월 2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여성 중심의 작품에서 맹활약한 소감부터, 최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아 다행이라는 속내까지 전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 낡은 전화기를 연결한 '서연'(박신혜). 20년 전 같은 집에 살았던 '영숙'(전종서)의 전화를 우연히 받게 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이 파열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사고로부터 아버지를 구하려는 '서연'과 자신의 미래를 바꾸려는 '영숙'은 서로의 인생을 바꿀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결과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날 박신혜는 "지난 3월 제작발표회를 하고 8개월 만에 넷플릭스에서 오픈을 하게 됐다. 극장 개봉을 못하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며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많은 분들에게 영화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아쉬움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겠단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콜'을 두고 "한 번 거절했던 작품"이라고 말한 박신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마치고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당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바닥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사(용필름) 대표님께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줄 수 없겠냐고 해서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충현 감독님 영화 '몸 값'을 너무 재밌게 봤는데, 지금까지 만났던 감독님과는 다른 새로움을 느꼈다. 시나리오를 다시 한 번 읽고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민이 많았다"는 박신혜는 "'영숙'(전종서 분)이 '서연'을 쥐락펴락하는데, 너무 이끌려가는 것은 아닐까 또는 혹시 기존과 별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다른 여자 주인공들처럼 질질 끌려가는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주관을 갖고 움직일 수 있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신혜는 "'콜'은 여성 중심의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라 생각한다.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주장을 갖고 휘둘리지 않고 단단하게 끌고가는 영화"라며 "그런 부분이 제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전화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전종서와의 통화신이 주를 이룬다. 두 사람은 상대방의 감정 이입을 위해 각자 장면을 찍을 때마다 촬영장에 나가 앞에서 대사를 해주는 열정을 보였다.
박신혜는 "전종서는 정말 대단하다. 연기도 소름 돋게 잘한다. 어떻게 이런 에너지를 발산하나 할 정도다. 실제로 소름이 돋은 적도 있었다"면서도 "귀엽고 애교도 많은 스타일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람의 리듬이 느껴지는데, 전종서에게서 통통 튀는 리듬을 느꼈다.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전종서와의 차진 욕설 연기에 대해선 "시나리오에 적혀 있는 것보단 감정이 쌓여서 애드리브로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그런 것이 서로에게 자극이 됐다"며 "각자 감정의 자극을 불러일으켜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전종서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있다. 우리는 그렇게 격하다고 생각 못 했는데 스태프 분이 '컷'을 외치시더라. 아슬아슬해보였다고. 그러한 부분이 영화에 잘 담긴 게 아닌가 싶다"고 해 예비 관람객의 기대를 높였다.
혹시 강렬한 '영숙' 역을 맡고 싶은 욕심은 없었을까. 박신혜는 "'영숙'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광기가 어려 있고, 사람들을 숨 막히게 하는 매력도 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저 또한 '영숙'이 많이 보였다. '나라면 이 캐릭터를 하고 싶을 거 같은데' 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연'의 올곧은 모습이 점점 무너져가면서 독해지는 모습 또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이었다가 미쳐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 역시 즐겁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극중 단발머리에서 긴 웨이브 헤어까지 여러 스타일을 보여준 것에 대해 "외적인 변화는 언제나 즐겁다"며 "그간 긴 머리를 고수했다면, '서연' 만큼은 딱 잘라져 있는 단발머리로 냉소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서연' 처럼 과거를 바꾸고 싶은 적은 없었을까. 박신혜는 "후회되는 순간은 늘 있다.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런 순간은 생길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그 모든게 쌓이고 쌓여 저라는 사람이 됐다. 부족한 순간도 있고, 후회되는 순간도 많았지만 그 것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후회를 밑거름 삼아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라 말하기도.
'콜'은 전작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살아있다'와 같은 장르물이다. 박신혜는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어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살아있다' 등에 출연했다. 시대에 따라 방송 콘텐츠가 변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생각한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제작 환경이 달라지며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나 장르의 폭도 넓어졌다. 다양한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되고 있고,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다. 제게도 그 기회가 주어졌고, 기꺼이 작품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신혜는 "30대가 되고 나니 조금 더 진솔한 30대 여자의 모습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 간의 이야기라든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애인이 될 수도 있고. 지금 제가 살면서 느끼는 이 감정이 20대와는 또 다르기 때문에 이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편 박신혜는 현재 촬영 중인 JTBC 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 보조 출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23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박신혜는 "인터뷰를 못하면 어떡하나, 많은 기자님들께서 기다리고 계실 텐데 했다. 저 또한 (검사 결과에) 긴장을 했다"며 "저는 당시(23일) 현장에 없었으나, 현장에 있던 모두가 음성 판정을 받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사진=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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