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외로운 직업, 절박한 마음으로 연기했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정우성은 7월 27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까다로운 역할을 소화한 소감을 비롯, 영화에 얽힌 비하인드를 밝혔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된 후 이어진 호평에 대해 정우성은 "일단 영화 전체가 중요하다. 그 다음이 제 캐릭터"라며 "결과물에 대해 좋게 생각해주신 후 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겠나"라 말문을 열었다.
완성된 영화를 본 후 다소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우성은 "대통령의 마음에 몰입됐을 수도 있고, 영화가 말하는 지향점에 대해 생각하다보니.."라면서, "우리 역사는 충분히 너무나도 불행한 시간을 겪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을까 하는 감회가 몰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지 않고 울컥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영화가 끝난 후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앉아있었다"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밝혔다.
지난 2017년 '강철비'에 출연, '강철비2: 정상회담'까지 그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는 정우성은 "굉장히 똑똑한 기획이다. '강철비'만 나왔으면 불행을 안은 남과 북의 이야기만 나왔을 텐데. '강철비2: 정상회담' 시나리오를 받고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강철비'는 한반도가 주인공인 시리즈라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겨주는 듯했다. 한반도가 가진 역사적 불행인 '분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역할을 맡기 까지는 고민이 꽤 컸다. 심지어 양우석 감독에게 '내가 출연을 해도 괜찮겠냐'고 묻기도 했다고. 정우성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정치적인 시선으로 판단해버리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정우성은 "정치적 발언을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제가 한 발언이 정치적으로 만들어지곤 했다. 어떠한 시선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배우이며, 그런 배우가 또한 이런 요소들을 다분히 갖고 있는 영화에 출연할 때는 감독님 또는 영화 그 자체에 불리하진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우석 감독님께서 내가 해야한다고 하시더라"고 말한 정우성은 "제 표정이나 대사가 없을 때의 리액션 같은 것들을 지켜본 결과, 마음에 든 것 같다"고 전했다. 양우석 감독의 "눈빛이 외로웠다"는 평가에 대해 정우성은 "한경재는 외로운 캐릭터가 맞다"고 말하기도.
대통령 역할을 수락하고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지도자의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정우성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영상을 봤다. 제가 대중에게 호소하는 연설을 하는 직업은 아니지 않나. 연설을 하는 사람은 바뀌어도 뉘앙스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더라. 또 통일에 대한 의식, 어떤 마음인지를 연설문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에 대한 입장 속 추진력은 개개인이 다 다르더라. 그렇다면 제가 맡은 한경재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 정치적 입장이 거세된, 절대적으로 평화에 대한 인식만을 부각한 인물로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캐릭터 특성 상 표정이나 감정 연기에 더욱 어려움이 따랐을 법하다. 정우성은 "답답함과 어려움이 보여야 했기 때문에 침묵이나 한숨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힘을 줄 수는 없고"라며 "연기하는데 있어서 한반도에 대한 연민이 컸다.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출발 신호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그런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지도자라는 건 극한 직업이구나 싶었다. '그만 좀 해' 또는 '이렇게 생각을 좀 해봐' 하고 말할 수가 없지 않나. 극한의 인내를 가져야 하는 외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강철비' 출연 전부터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는 정우성. 그는 무엇보다 근현대사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서는 흔한 용어들이 아니어서 어려웠다. 교육이 잘 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역사 교육을 배제시키진 않았나 싶었다"며 "근현대사 교육은 뿌리다. 우리가 지금 왜 이 곳에 있는지에 대한 이유"라고 말했다.(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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