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배효주 기자]

영화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제대로 타격을 입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연기 또는 취소하라고 권고한 가운데, 영화관을 찾는 이들의 발길 역시 뚝 끊겼다. 게다가 확진자가 다녀간 일부 영화관이 휴관하고 영업을 전면 중단하는 등의 여파로 지난 2월 24일과 25일에는 영화를 본 관객이 하루 단 7만 명 대에 그쳤다. 이는 2004년 이후 최저치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의 피해가 극심하다. 이미 한 번 코로나19 피해를 피하려 개봉을 일주일 연기했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도연, 정우성이라는 대배우의 출연에다 영화의 만듦새 자체도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월 26일 기준 누적 관객 수 43만 명에 그치고 있다. 손익분기점은 약 240만 명으로 알려져 있어, 사실상 이를 넘기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신작들의 개봉이 줄줄이 밀리고 있어 영화 관계자들의 한숨 소리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홍보 기간이 길어져 비용 또한 늘어나는 데다가, 이미 진행한 홍보는 무쓸모가 됐기 때문이다.

당초 2월 26일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데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일명 대세 배우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 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2018년 여름 촬영을 모두 마쳤으나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느라 개봉 시기가 늦춰지며 영화 팬들의 애를 태웠던 터라,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게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다.

3월 5일 개봉하려던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도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신혜선의 스크린 데뷔작에 배종옥, 허준호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모두 나와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심지어 JTBC '아는 형님', SBS '런닝맨' 등 신혜선과 배종옥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원래 개봉 일정에 맞춰 방영된 상황이어서 아쉬움이 더하다.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스릴러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도 3월 12일 개봉하려 했지만 일정을 연기했다. 박신혜, 전종서가 출연하는 영화 '콜'(감독 이충현)은 3월 중으로 선을 보일 예정이었으나 잠정적으로 개봉을 연기해야만 했다. 두 작품 모두 일찌감치 제작보고회까지 마친 상황이다.

아카데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던 영화 '기생충: 흑백판'(감독 봉준호)도 공개를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이 밖에 영화 '후쿠오카'(감독 장률)와 '이장'(감독 정승오) 역시 개봉 연기를 결정했다.

영화계 행사도 '올스톱'됐다. 2월 27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영화기자협회 주최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이 잠정 연기 됐다. 1월 중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이 행사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로 인해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바 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또 한 번 미뤄졌다. 마찬가지로 27일 개최하려던 제40회 황금촬영상영화제 시상식은 4월 8일로 일정을 조정했다.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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