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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 양경원 “건축회사 사표내고 극단 입단, 힘들 때도 있었지만 후회無”[EN:인터뷰]
2020-02-21 14:43:05
 


[뉴스엔 글 황혜진 기자/사진 정유진 기자]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모두 감당할 만한 힘듦이었어요."

주인공 윤세리(손예진 분), 리정혁(현빈 분) 못지않게 강렬한 캐릭터였다. 2월 16일 막을 내린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극본 박지은/연출 이정효)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배우 양경원 이야기다.
양경원은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민경대대 5중대 대원 표치수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표치수로 분한 그는 김주먹(유수빈 분), 박광범(이신영 분), 금은동(탕준상 분)과 함께 5중대 대원으로 활약했다. 비록 주연 손예진, 현빈에 비해 분량은 적었지만 "에미나이 후라이까지 말라"라는 대사로 시청자들에게 양경원이라는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21일 뉴스엔과 만난 양경원은 "반년 여의 시간을 함께했던 만큼 종영의 아쉬움이 크다. 함께한 시간이 정말 따뜻하고 행복했다. 물론 또 다른 좋은 작품을 만나겠지만 모든 사람들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는 또 없을 거니까 그런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현장 가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물론 집과 현장밖에 다니지 않았지만 집에 가는 것 다음으로 촬영장 가는 게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양경원을 포함한 배우들의 호연 덕에 6%(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케이블, IPTV, 위성 통합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기준)로 출발한 '사랑의 불시착' 시청률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마지막 회는 21.7%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 시간대 시청률 1위이자 역대 tvN 드라마 시청률 1위 기록이다.

양경원은 "예상하지 못했던 시청률이었지만 바람은 있었다. 시청률이 계속 상승하며 11회, 12회쯤부터 주변에서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역대 시청률 기록을 찾아봤다. 20.7%만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정말 감사한 시청률이다. 시청률이라는 게 어떤 의미로는 그렇게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수치이지만 어찌 됐든 어떤 드라마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지표다. 성적표는 이미 대중분들을 통해 체감했다고 생각한다. 시청률이 객관적인 지표로써 고생한 모든 사람들에게 뜻깊은 선물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음에 스며드는 그런 느낌이었다. 다들 정말 기뻐했다"고 말했다.

2010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데뷔한 양경원은 2012년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 입단했다. 그간 ‘신인류의 백분토론’,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뜨거운 여름’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고, 지난해 tvN '아스달 연대기'에도 출연했다. 연기는 꾸준히 해왔지만 공연장이 아닌 거리에서도 인기를 체감하게 해 준 작품은 '사랑의 불시착'이 처음이었다.

"사실 제가 알려진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학로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왔는데, 무대 공연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정도의 감사함을 가진 배우였어요.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지인들이 거의 못 알아볼 정도의 실감 나는 분장과 특수 효과를 했기에 많은 분들이 양경원이라는 사람을 인식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사랑의 불시착'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해요. 양경원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표치수라는 캐릭터로 많이 인식해주는 것 같아 그게 너무 감사하고 반가워요. 배우로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맡은 배역으로 인식되는 건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감격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알아봐 주는 분들이 계세요. 아내에게 '내가 그렇게 독특하게 생기지는 않았잖아?'라고 물어봤더니 대답을 안 해주더라고요.(웃음)"

대다수 드라마의 경우 이야기는 주인공들 위주로 흘러간다. 시청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에게 쏠리기 마련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달랐다. 윤세리, 리정혁의 로맨스뿐 아니라 구승준(김정현 분)과 서단(서지혜 분)의 사랑 이야기, 개성만점 5중대원들의 활약, 사택단지 패밀리의 감초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모든 캐릭터들이 제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났기에 볼거리도 더욱 풍성했다는 평이다.

양경원은 "작가님에게 정말 감사하다. 사실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고마움을 느낄 때 그 표현을 말로도 하고 몸으로도 하고 선물로도 한다. 근데 선물은 그 고마움의 의미를 퇴색시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종영 전까지는 내가 열심히 표치수로서 카메라 앞에 존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사함에 대한 보답을 연기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종방연에서 작가님을 만나 뵙기 전까지 계속 '내가 과연 작가님이 만들어놓은, 상상한 표치수로 잘 존재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대본 안에 있는 표치수의 색깔을 내가 대신 표현할 수 있을까 굉장히 많이 고민했죠. 그게 작가님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현장에서도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자유를 주셨어요. 정해진 무언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 '다 해봐'라고 해 주셨어요. 큰 그림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들을 다 좋아해 주셨죠. 방향성이 지나치게 달라지면 개인적으로 살짝 다가와 코멘트를 해주기도 했어요. 그게 배우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저도 감독님 덕분에 좀 더 자유롭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지은 작가의 한마디에 눈물을 흘릴 뻔한 사연도 털어놨다.

"종방연 때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했어요. 그곳에서 작가님을 뵀는데 두근두근했어요. 첫 촬영 때 뵙고 고사장에서 뵙고 난 후 종방연 때 뵙게 된 거였거든요. 작가님이 제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시는 순간 정말 울 뻔했어요. 울 뻔한 걸로 그쳤지만 그동안 내심 저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걱정이나 의구심, 불안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말씀을 해주신 작가님께 너무 감사했죠. 감독님은 종방연 때 '치수 너무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감독님이 원래 낯간지러운 말을 잘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분이 정말 진심을 담아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신 거니까 너무 감사했죠."

데뷔 전 건축학을 전공했던 양경원은 다니던 건축 회사에 사표를 던진 후 모션 캡처 배우, 연기 동아리 강사, 행사기획사 직원 등 다양한 일을 병행했다. 양경원은 "건축을 전공하고 실무를 하다 그만두고 뮤지컬로 데뷔했다. 연기는 어렸을 때 항상 주변에 두고 계속 맴돌았던 분야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좀 더 재밌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 막연하게 시도하고 시작한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뮤지컬로 시작했지만 사실 연기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재미는 나중에 알았다. 지금 소속돼 있는 극단을 2012년 만났는데 '나와 할아버지'라는 작품에 참여하며 연기가 정말 매력 있고, 고민할 수 있는 거리들을 많이 안겨주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그 무엇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연기로 강한 메시지를 준다기보다 세상을 유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지한 연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해학이 있거든요. 마냥 웃자거나 재밌자는 것도 아니고. 관객들이 공감하며 지을 수 있는 웃음이라기보다 상황 자체가 재밌어 나오는 웃음을 좋아해요. 사람에 대한 고찰, 연민이 있어야 그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역에 대해 공감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연민을 갖고 사람들을 궁금해하는 것이 연기의 원천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훈련하고 고민해왔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양경원은 첫 뮤지컬 무대에 오른 이래 뚝심 있게 연기라는 한 길을 걸어왔다. 힘든 시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연기를 위해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냈던 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후회는 없어요. 다시 10년 전으로 가도 전 다시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근데 누구나 힘들다고 생각해요. 저의 힘듦은 감당할 만한 힘듦이었어요. 제 주변의 어떤 상황들 말고 절 중심으로 봤을 때 그렇다고 생각해요. 순간순간 그 찰나에는 만족을 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10년 전으로 되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면 저의 지금, 우리의 지금이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순간순간 욱할 때가 있었지만 그런 감정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순간적인 감정일 뿐이지 시간일 되돌려 화가 안 났으면 좋겠다는 건 아니거든요. '화나는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화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일으켰으면 돌이키고 싶겠지만 그 정도의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때때로 맞닥뜨린 어려움을 극복한 비결로는 부모님의 배려와 사랑을 꼽았다. 양경원은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요즘 인터뷰하며 문득 생각이 난 건데 지금까지 부모님에게 단 한 번도 '그거 하면 안 돼', '그렇게 하면 안 될 거야'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부모님의 영향 덕에 내 사고는 지극히 낙천적이다. 물론 성질이 있긴 하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좀 포악한 성질, 다혈질이 좀 있었다. 그럴 때도 부모님은 '그거 하지 마'라고 한 적이 없다. 못 들어가게 해 유리창을 깬 적도 있었는데 너무 많이 깨서 유리 가게 쪽에서 무료로 갈아준 적이 많다. 회사를 그만둘 때도 그만두지 말라는 말을 안 하셨다. 그렇게 자란 덕분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그동안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보통 아내(2018년 결혼한 뮤지컬 배우 천은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셨던 것 같아요. 아내 역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동반자이지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요즘 부모님이 누구보다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하세요. 기쁘게 해 드릴 일을 많이 만들 수 있게끔 오래 건강하게 계셔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가족의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양경원은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시청자 한분 한분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감사를 표현할 창구가 따로 없어 작품을 열심히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그 모두를 대신해 나도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누구나 다 잘 만들고 싶어 하고, 잘 만들거든요. 근데 사랑을 얼마나 받느냐는 참 많은 요소들이 다 맞아떨어졌을 때 가능한 것 같아요. 운까지 포함해서. 그 운조차도 많은 것들이 잘 맞아떨어져야 생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확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확률인데 그 기적을 만들어준, 그 거미줄 하나하나 같은 시청자분들의 관심이 힘들더라도 더 열심히 나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됐어요. 우리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 응원을 받고 충전해 또 좋은 무엇을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새로이 펼쳐지는 환경 속 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됐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 정유진 noir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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