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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18년만에 나타난 용의자+목격자(종합)
2019-06-23 13:12:34
 


[뉴스엔 박아름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가 미제로 남은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6월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장기 미제로 남아 있는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을 재조명했다.

지난 2001년 3월, 충북 영동군의 한 신축 공사장 지하창고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시멘트 포대에 덮인 채 발견된 시신의 신원은 공사장 읍내시장 상가건물에 위치한 향수가게 '압구정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고생 정소윤(당시 만 16세) 양이었다. 당시 충북경찰서까지 나서 대대적인 수사를 이어나갔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범인을 찾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살아있다면 34살이 됐을 첫 딸. 세월이 흘러 18년이나 지났지만 부모들은 그 기억의 열쇠를 찾아 출구없는 미로 속을 헤맸다.
당시 정소윤 양은 IMF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부모의 짐을 덜어주고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휴대전화도 고장나 부모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정소윤 양은 바로 옆 공사중인 건물 지하 1층에서 충격적이게도 양손목이 사라진 상태로 발견됐다. 손목은 심장이 멎은 상태에서 현장에서 발견된 곡괭이를 이용해 절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외관상으로 성폭행 흔적은 없었으며, 금품을 노린 범행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사라진 손목은 소윤 양이 실종된 이튿날 인근 교각 하천 아래서 발견됐다. 길었던 손톱은 짧게 깎아져 있었다.

앞서 공소시효를 1년여 앞둔 지난 2014년 12월 '그알'은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한 차례 다뤘다. 그 가운데 방송을 보고 드디어 목격자가 나타났다. 목격자는 18년 전 그날을 마치 어제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올해 28살의 제보자는 10살 때 겪은 이야기를 제작진에게 들려줬다. 부모는 범인을 잡을 희망을 잊어버렸다면서도 다시 희망 앞에 섰다.

새롭게 등장한 제보자는 유가족과 수사기관에 몹시도 반가운 존재였다. 제보자는 여성의 비명소리가 맘에 걸려 다음날 학교 담임 교사에게 말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말해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 생각하고 잊고 살았는데 '그알' 방송을 보고 자신이 유일한 목격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제보자의 나이는 어렸지만 그의 기억에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은 평범치 않았다. 제보자는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화장실 쪽 어디냐고 존댓말로 말을 걸었다. '안쪽 골목으로 가보세요'라고 했더니 어딘지 잘 모르겠다고 같이 좀 가달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거절을 하는데도 함께 가달라고 계속 요청해 큰 소리로 거부 의사를 표했더니 인근 가게에서 사람이 나와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고. 그때가 대략 7시10분경이라고 했다. 제보자는 엄마 차량으로 가 휴대전화 게임을 했다. 제보자는 "차에서 문득 보니 맞은편 가게 안 풍경이 보였는데 여자분이 전화하고 계시더라. 가게 문 앞에 계시다가 아저씨가 머리만 집어넣어서 뭔가 물어보다가 설명하시고 같이 나가셨다. 불은 계속 켜져있었는데 여자분이 안 오셨다"고 전했다. 제보자가 말한 여자분은 정소윤 양이었을까. 제보자는 "반짝반짝한 가게였다. 밝은 느낌이었다. 얼마 안 있어서 비명소리 났다. 길게 난 게 아니라 조금 세게 났었는데 중간에 끊긴 느낌이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제보자는 또 그로부터 40여분이 흐른 뒤 다시 남자를 목격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손에는 중간 정도 크기의 검정 봉지가 들려져 있었고, 대로변으로 유유히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제보자는 정확한 인상착의나 생김새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계절감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으며, 30~40대이며, 살짝 통통했고, 며칠 전 봤던 공사장 인부라는 단서를 알려줬다.

여러 전문가들은 용의자가 사체가 발견된 공사장 인부 중 한 명일 거라 추정했다. 지하에만 전기가 들어오는 것과 후문에 출입문이 있는 걸 잘 아는 사람이 인부이기 때문.

2001년 당시엔 시신을 최초 발견한 작업반장 윤씨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소윤양 목에 찍힌 발자국과 윤씨 슬리퍼 족적이 비슷했고, 곡괭이가 윤씨의 것이었으며, 공사장 후문을 그가 만들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폭력 등 다수의 전과가 있었고 공사장 인근 식당도 운영하고 있는 등 의심할 만한 혐의가 있었다. 하지만 윤씨는 범인이 아니었다. 국과수 정밀검사 결과 족적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고, 사건당시 윤씨는 50대였다. 또 전문가는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가게 앞에서 피해자를 물색하는 행위를 비상식적이라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윤씨는 건강 악화로 사망했다.

제보자는 기꺼이 최면에 나섰지만 집중하지 못했다. 지난해 스스로 영동경찰서에 가서 목격담을 말했다가 형사들의 반응에 어쩌면 자신의 기억이 틀렸을 수 있다고 생각해 최면에 실패했던 걸로 추측됐다. 하지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당시 10살에 불과했던 목격자 기억의 정확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봤다. 권일용 프로파일러 역시 10살이었던 목격자에게 용의자가 존댓말을 썼다는 증언에 대해 대부분 유인 목적으로 신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범인이 소윤 양의 손톱과 손목을 자른 이유로 자신의 DNA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건 범인의 행적에 관한 단서인 걸까. 소윤 양의 손목은 사건 직후 물속에 유기되지 않았다. 범행 추정 시각은 2001년 3월7일 오후 8시40분 이후로 보인다. 시신은 다음 날인 3월8일 오전 7시30분 발견됐고, 손목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3월9일 오전 8시20분께 발견됐다. 약 35시간 정도 시간 차가 있다. 범인이 증거인멸을 위해 한동안 손목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손목을 유기할 기간동안 긴 공백을 가진 인물일 것이다. 당시 경찰은 총 57명의 알리바이를 확인했는데 수사 기록엔 작업반장 윤씨 외엔 의심스런 인물이 없다고 적혀 있다. 당시 수사 형사는 "알리바이가 확인됐으니까 해제됐을 거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수사자료를 다시 꼼꼼히 살피던 중 공백이 많은 당시 30대 김목수에 주목했다. 당시 기록엔 눈을 다쳐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보냈다고 적혀 있었다. 오후 6시10분경 오락실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와 인사하고 부산으로 내려보냈다고. 즉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 관계자에게 3월7일 저녁에 다쳐서 집에 간다고 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기억이 거의 없다. 당시 윤씨로 했기 때문에 빨리 좁혀가지고 범인을 빨리 잡아야 했기 때문에.."라고, "다들 윤씨가 용의선상에 올려놔서.. 그 사람을 충북지방청 거기서 100% 확신했다. 거기서도"라고 답할 뿐이었다. 사실상 기초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누락될 퍼즐일 수 있는 김목수. 게다가 김목수는 당시 인근에서 숙소생활을 하고 있었다. 김목수 지인은 "주먹세계에서 알아주는 인물이었으며, 1970년대 초반생이다"고 김목수에 대해 소개했지만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이름 석자와 어느덧 40대 후반이 됐을 나이만 인지한 채 제작진은 부산으로 향했다.

제작진은 열흘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김목수를 찾아냈다. 김목수는 2001년도 영동군에서 근무한 적 있냐는 질문에 “그때 전 눈을 다쳐서 내려왔다. 들어오라”며 문을 열어줬다. 유일하게 경찰 조사를 받지 않은, 알리바이를 검증하지 않은 인물 김목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그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김목수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합판이 떨어지면서 돌조각이 여덟 개나 떨어져 각막을 다쳐 병원에 들렀다 오후에 곧장 부산으로 갔다고. 소윤양 사건이 일어났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고, 부산에 도착하고 이틀 혹은 3일 뒤 일 때문에 부산에 내려온 지인이 소윤양 사건을 들려줬다고 말했다. 김목수는 "눈 한쪽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원 큰 데를 한번 가보라 해서 내려와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첫 만남 대화 대부분 눈에 관한 이야기만 늘어놨다.

이를 지켜본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왜 설명해? 사전에 예고하지 않고 찾아간 방문치고는 경계심 없이 너무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장황하게. 이렇게 생각은 된다. 그 당시 눈이 얼마나 다쳤느냐. 이 사람이 무고하지 무고하지 않은지 확인하려면 그게 아마도 상당히 관건이 개연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김목수는 부상당한 눈의 위치를 상당히 헷갈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눈 부상 정도는 당시 얼마나 심각했을까. 당시 김목수 동료는 "그걸로 인해 고통스럽고 그런 건 없는데 눈이 좀 앞의 사물이 희미해 보인다 그런 건 있다 하더라. 밥 먹는 거 보면 무지하게 먹더라"며 심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이 작성한 내용을 보면 사건 당일 낮에 서바이벌 게임장에서 게임을 하기도 했다. 한 안과전문의는 "조금만 상처가 나도 굉장히 아픈데 처음 다치시고 나서 어느 정도 그래도 회복이 됐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고 밝혔다. 김목수는 사건 당일 오후 5시30분 동료들과 육회를 먹은 뒤 오후 6시쯤 고향인 부산으로 간다며 동료들과 헤어졌다.

예정된 부산행은 지켜졌을까. 김목수는 "등산가방을 메고 (부산에) 갔다"고 스스로 말했다. 등산가방은 앞서 제보자가 말했던 인상착의 중 하나다. 그리고 당시 90kg의 체격과 바람막이 의상 역시 제보자 증언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김목수는 제작진에게 재해 경위를 확인시켜주기로 했다. 다행히 보험금 수령한 내역이 남아있었지만 김목수의 장담과 달리 부상날짜가 달랐다. 사건 당일 날 다쳐 당일 날 부산에 내려왔다는 김목수의 기억과 달리 기록된 부상 날짜가 달랐다. 사실상 사건 발생 전 다쳐 사건 발생 5일 뒤 그의 알리바이가 나왔다. 이에 당황한 김목수는 "꼭 기분이 그런 거 같다. 서류상 보니까 그 전에 다치고 이제 그 공백이라는 게 그리 됐다"고 해명했다.

김목수의 알리바이를 철저히 검증받을 필요가 있어 제작진은 김목수와 다섯 번째 만남에서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 서로가 친근해졌다고 믿을 때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죽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목수는 "내가 거기서 막말로 눈 이거 애꾸 돼갖고 현장 구조도 모르고 사람들이 그때 뭐 몇시에 거기 유동인구가 몇 명이고 어린애 그거 끄집어서 뭐 창고로 데려가고 강간이나 치자고.."라고 답했다. 제작진이 단 한번도 사건 성격이 성범죄란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도 김목수는 '강간'이란 단어를 직접 언급했다. 이에 김목수는 당황한듯 제작진이 보여준 사진에서 봤다면서도 "그러면 사람이 여자애를 그리 해서도 안 되지만 누가 그 학생을 그러면 여자를 지하라고 하기에 그러면 거기서 남자를 강간 정도로 대부분 생각하지 어떻게 생각하겠냐. 강간은 안 했다. 그건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의 입 주변이 떨렸다. 그리고는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분명 김목수에겐 설명되지 않는 알리바이상 공백이 존재했다. 김목수는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건 만약에 힘든게 있다면 이 사건에 힘든 건 없다. 나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최초 용의선상에 올랐던 윤씨 수사에 몰두하느라 김목수 알리바이를 공백으로 남겨뒀다. 어쩌면 다른 인부들에 대한 수사 역시 부실했을 수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김목수 및 다른 인부들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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