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이 맞는 옷이었을까. 사사키가 다저스 불펜의 구원자로 떠오르고 있다.
LA 다저스는 10월 10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다저스는 연장 11회 승부 끝에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고 시리즈를 3승 1패로 통과해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사사키는 1-1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8회 마운드에 올랐고 연장 10회까지 3이닝을 책임졌다. 3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아냈고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한 타순을 완벽히 막아낸 퍼펙트 피칭이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4번의 불펜 등판에서 모두 무실점투를 펼친 사사키다. 신시내티 레즈와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불펜으로 치른 사사키는 필라델피아와 디비전시리즈에서도 3경기에 불펜 등판했다.
다저스는 사사키가 등판한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사사키는 5일 시리즈 1차전에서 9회 2점차 리드를 지켜내며 통산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7일 시리즈 2차전에서는 1점차 2사 1,3루 위기에 등판했고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트레이 터너(PHI)를 땅볼로 잡아내며 2경기 연속 세이브를 거뒀다. 그리고 이날 4차전에서는 팽팽한 투수전 속 승리 발판을 놓는 3이닝 퍼펙트 호투를 펼쳤다.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5.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4번의 등판에서 사사키는 안타 1개만을 허용했을 뿐이었다. 사사구는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상대팀에게는 올가을 '통곡의 벽'이 된 사사키다.
모두가 놀란 변신이다. 올시즌에 앞서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포스팅을 신청한 사사키는 어린 나이로 인해 FA가 아닌 국제 아마추어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했다. 2018시즌에 앞서 태평양을 건넌 오타니 쇼헤이와 마찬가지로 최저 연봉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었고 구단들이 영입전에 뛰어들며 지난 오프시즌 시장의 가장 뜨거운 선수로 등극했다.
영입전의 승자가 된 다저스는 모든 구단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지만 몇 달 동안 사사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사사키는 좀처럼 기대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5월까지 총 8경기에 선발등판해 34.1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시속 100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예리하게 꽂아넣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구속도 아쉬웠던 것은 물론 34.1이닝 동안 탈삼진 24개, 볼넷 22개를 내준 제구력이 무엇보다 처참했다. 결국 5월 어깨 부상을 당했고 약 4개월을 결장했다.
사사키는 9월말 빅리그로 돌아왔다. 오타니가 투수로 복귀한 다저스는 이미 포스트시즌 로테이션을 확정했고 사사키는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정규시즌 막판 불펜으로 2경기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태너 스캇, 블레이크 트레이넨, 커비 예이츠 등 거액을 투자한 베테랑 불펜투수들이 막바지 모두 무너지며 불펜 고민이 깊어진 다저스는 과감히 사사키를 포스트시즌 불펜진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시즌 내내 다저스의 골칫거리였던 사사키는 팀의 기다림에 보답하듯 불펜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다저스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이제는 다저스의 마무리 1순위 후보가 된 사사키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사사키를 세이브 상황의 '최우선 옵션'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시즌 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구속도 불펜에서 짧은 이닝에 집중하며 평균 시속 99마일 이상으로 올랐다. 디비전시리즈 4차전 3이닝을 투구하며 사사키는 평균 시속 99.5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졌고 최고 구속은 시속 100.7마일이 나왔다. 무엇보다 계속 문제가 됐던 사사구가 없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물론 다저스가 사사키를 장기적인 마무리 투수 자원으로 고려할지는 미지수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선발 기대주였고 일본에서 선발투수로 성과를 낸 선수인 만큼 내년 정규시즌은 다시 선발투수로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불펜에서 굉장한 가능성을 보인 만큼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둘 수 있게 됐다. 불펜에 계속 머물지 않더라도 불펜에서 맹투를 펼친 경험이 선발로 돌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헛되이 '이름값'만 높은 기대주로 전락하는 듯했지만 가을 무대에서 완벽한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과연 사사키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뒷문을 책임지는 사사키의 활약에 힘입어 다저스가 21세기 최초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사사키 로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