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기성용을 잃은 서울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FC 서울은 6월 29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홈 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서울은 모처럼 홈에서 대승을 거두며 3월 이후 첫 홈 승리를 거뒀지만, 팬들의 목소리는 환호보다는 야유 때 더 컸다.
기성용은 유럽에서 보낸 시기를 제외하면 서울에서만 선수 생활을 이어온 '레전드'다. 서울이 배출한 역대 최고의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기성용은 출전 기회가 점차 줄어들었고, 이번 시즌 들어서는 전력외 자원에 가까운 신세였다. 이에 은퇴를 고려하던 기성용은 포항의 제의를 받고 현역 연장을 택했다.
구단 역대 최고의 선수가 은퇴를 앞두고 타 팀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에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서울 클럽 하우스에는 일찌감치 근조화환이 배달됐다.
경기 당일에는 일부 팬들이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구단 규탄 집회를 열었다. 서포터즈 일부는 N석이 아닌 2층 관중석으로 향했고, 응원 보이콧까지 선언했다.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자 김기동 감독은 경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질의응답 대신 자신의 입장을 밝힌 후 자리를 빠져나갔다.
김기동 감독은 "감독으로서 상황이 전부 옳을 수는 없다. 그러나 서울에 대한 진심과 믿음은 굳건하다. 이 믿음이 선수단에 잘 전달되고, 팬들에게 웃음을 다시 전하는 게 내가 해야할 일이고 서울 구성원의 존재 이유다. 다시 한 번 아쉽고 힘들어하시는 모든 팬들에게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음을 말씀드린다. 그렇기에 더 경기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 오늘부터 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미 돌아선 여론은 냉담했다. 경기 전부터 상암벌에는 '김기동 나가' 콜이 크게 울려퍼졌다.
경기 출전 선수가 발표될 때도 다소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서울 팬들이 포항 라인업이 나올 때는 박수를, 서울 라인업이 나올 때는 야유를 쏟은 것이다. 김기동 감독이 소개되는 순간에는 그 야유가 극에 달했다.
서울의 입장 전 응원가 '진군가'가 흘러나올 때도 서울 팬들은 진군가가 아닌 기성용의 선수 응원가를 불렀다.
경기가 시작되자 서울 팬들은 조용해졌다. 응원가는 들리지 않았다. 서울 팬들의 입이 열리는 순간은 기성용의 응원가를 부를 때, '김기동 나가'를 외칠 때가 전부였다.
서울은 모처럼 홈 승리를 거뒀다. 전반전 오베르단의 퇴장 호재까지 따르면서 대승을 거뒀다. 지난 3월 6라운드 대구 FC전 이후 이어진 홈 무승 굴레를 벗었다.
그러나 승리 하나로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서울 팬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김기동 나가'를 외쳤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뉴스엔 김재민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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