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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가짜 기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종합)
2019-12-08 00:04:56
 


[뉴스엔 이민지 기자]

가짜 펜을 든 사람들이 있다.

12월 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이비 기자, 어뷰징 기사 등 언론 문제를 파헤쳤다.

2017년,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해 소송을 준비 중이었던 손모 차장. 법무사에게 갈 시간도 없이 출근을 하던 그의 출근길은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대구 패션센터 건물에서 시설 관리자로 일했던 그. 17년간 일한 일터에서 믿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주차장 진입로를 막고 있던 차량. 까만 유리창은 선팅이 아닌 검게 그을린 자국이었다.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차 안에서 손차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페인트통에 불을 피운 흔적과 소주병이 남아있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CCTV 등을 다 보고나서야 아버지의 선택임을 알았다. 오래전 아내와 이혼하고 홀로 아들을 키웠던 그는 아들에게 유서 한장 남기지 못했다. 유서 대신 남긴 무언가가 있었다. 손차장 아들은 녹음파일과 문자 내용을 발견했다. 손차장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 메시지는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당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고 글을 썼죠?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다" 그는 한 언론사 김모 기자였다.

김기자는 한 언론사 대구지사 소속 중견 기자였다. 그는 2017년 손차장과 관련된 2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1차 기사는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내용이었다. 대구시청의 보조를 받아 운영하는 한국 패션센터 대관 책임자가 지위를 이용해 특정 업체에 돈을 받거나 대관을 해주지 않는 등 대관 횡포를 부렸다는 것. 기사에 등장하는 S씨는 손차장을 지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구시에서도 진상 파악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손차장은 확인서까지 쓰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런데 사흘 뒤 손차장에게 전화한 김기자는 "이 기사에 불만이 없으시냐. 나한테 따로 할 말은 없냐. 매도한거면 형사고소 해버려라"고 말했다.

김기자는 손차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에 그치지 않고 센터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 손차장을 타부서로 인사조치하라고 요구한 것. 센터 측은 이를 거부했지만 사태는 악화됐다. 김기장은 왜 이렇게 손차장 문제에 집중했던 것일까. 당시 한국패션센터 관계자는 "김기자 그 사람이 집요했다. 대관 안해준 것에 대한 불만 아니었겠냐"고 회상했다. 손차장의 컴퓨터에는 김기자를 고소하기 위해 준비한 문서가 남아있었다. 김기자가 자신이 하는 업체 행사 일정을 잡아달라며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센터 관계자는 "대관이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못하는건 이해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언쟁 벌인게 기분 나빴다는거다"고 말했다.

1차 보도 후 대관 업무에서 물러난 손차장은 개인적으로 소송을 준비했고 김기자는 대구시와 패션센터가 문제있는 직원에 대해 제식구 감싸기 하고 있다는 2차 기사를 냈다. 센터 전체로 문제가 확산되자 괴로워했다는 손차장. 아들은 "센터에서는 제대로 대응을 안해줬다. 아버지 차량 블랙박스 보면 '위에서 만류한다'고 했다. 기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뒤에서 도와주지 않은거다. 아버지 혼자였던거다"고 말했다. 2차 기사가 난 날 밤 손차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수석에서는 돈을 받고 비리를 저질렀다는 누명에 대한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내듯 비닐에 묶인 자신의 통장들이 발견됐다.

김기자는 손차장 사건으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최근 출소했다. 김기자는 "오보 아니다. 지금도 내 취재원이 나오라면 나올 수 있다. 기자 27년 했다. 내가 사실 확인도 안하고 보도했겠냐"고 말했지만 하지만 손차장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금품수수권에 대해 손차장의 반론을 싣지 않았던 김기자는 "손차장한테 돈을 줬다고 직접적으로 거론도 안했다. 내 기사를 보면 '금품'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으로 썼다. 나도 빠져나가야 할 구멍이 있으니까. 면피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차장 사건으로 기자를 그만 뒀다.

경북 영천의 시골 마을, 올해 초 이곳에 있는 공장에서 수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가림막을 한 공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5월 비밀이 드러났다. 건물주 이모씨가 임대를 준 지 3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눈앞에 펼쳐진건 산처럼 쌓인 쓰레기였다. 약 2,300㎡, 멀쩡했던 공장 4개동이 온통 쓰레기로 채워졌다. 이 씨의 공장에 쌓인 폐기물은 약 7천 톤으로 처리 비용만 2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재활용조차 불가능해 보이는 쓰레기만 빼곡했다. 종류는 다양했지만 생활 쓰레기보다 주로 산업 현장에서 나온 것으로 보였다. 감염 위험이 있는 의류 폐기물과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석면도 포함돼 있었다. 현재 이 공장에 쌓인 쓰레기는 7천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엄청난 양을 쌓기까지 불과 3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이 마을에 피해 공장이 또 있었다. 문을 열자 당장이라도 쏟아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쓰레기가 있다. 이 공장에는 5천톤 가량의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두 공장과 임대차 계약을 한 임차인은 주모씨. 주씨는 "김씨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준거다. 명의 빌려주고 돈을벌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해서 하게 된거다"고 주장했다.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에 주씨에게 돈을 줬다는 김모 씨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조직적으로 덩어리가 크다. 계약한 사람, 바지, 물류센터 한 사람, 이송한 사람 역할이 다 나뉘어 있다"고 말했다. 바지사장 뒤에는 폐기물처리 업자 송씨, 폐기물을 수집한 브로커 장씨와 노씨. 이들은 폐기물을 싼 값에 처리해주겠다며 돈을 받고 임대한 공장에 불법으로 버린 것이다.

쓰레기가 곧 돈이었던 이들 가운데 자신을 '환경 기자'라고 밝힌 노씨가 있었다. 쓰레기를 날랐다는 화물 트럭 기사는 "노씨한테 연락을 주로 받았다. 자기가 전화만 하면 하차도 되고 하니까 그쪽에서는 힘깨나 쓰나보다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불법투기 과정에 참여했던 처리업자 송씨는 "1대당 180만원을 주기로 했다. 생초짜라 폐기물이 어떤건지도 몰랐다. 노씨가 아는 거래처 폐기물 받아오는 식으로 일을 했다. 자기가 기자라고 했다. 차 앞에 기자증도 붙이고 다녔다"고 밝혔다. 사실상 폐기물 브로커 일을 하면서도 기자라는 신분을 공공연히 드러냈다는 것. 그런데 이 폐기물 사건에 등장한 기자는 노기자만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이 고소한 후 연락을 해왔다는 H일보 부회장 서씨. 서씨는 회장 정씨와 함께 피해자를 찾아왔다. 그들은 자신이 쓰레기를 치워주고 보상을 다 해줄테니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수천톤의 쓰레기와 함께 나타난 이 기자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노씨는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만남에서 "잘못된 부분 있으면 처벌 받으면 된다. 계약된 짐을 운반만 하는 일을 했다. 1월22일 이후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배차를 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갈 협박한것 없고 돈 요구한 것 없다. 기자증은 있어도 활동은 안한다 그랬다. 활동한다면 지금 열심히 다녔겠지"라며 기자 활동을 한 적도, 위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노기자 명함에 나와있는 D매체는 실제로 존재하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언론사는 서울시청에 정식으로 등록된 곳이었다. 피해자들에게 사건을 무마해달라고 접근한 H일보도 마찬가지다. 최근까지도 종합뉴스를 인터넷에 올리며 기사를 내고 있는 곳이었다. 노기자가 속해있던 D매체는 어떤 곳일까. 포털에서도 검색되고 사이트도 정상 운영되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노기자는 서울 취재본부 취재부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총 직원수 200명이 넘는다고 나와있지만 이름은 생소하다. 사무실에 가보니 언론사 대표이자 발행인이 제작진을 맞이했다. 그는 노기자에 대해 묻자 이름을 낯설어 했다. 대표는 "취재기자가 아니라 광고 기자다. 우리 신문사엔 그런게 있다. 광고 해오면 우리가 6대4로 수당을 준다. 취재권은 없다. 기자가 아니다. 자기가 명함을 파고 다니는거다. 기자라고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잘못이다"고 말했다.

피해자 이씨에게 고소 취하를 부탁했던 H일보 회장 정씨는 자신의 30여년의 이력을 공개했다. 그는 고소를 취하를 도와달라는 서씨에게 부회장 명함을 파주고 함께 피해자를 만나러 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씨는 기자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H일보를 찾아갔다.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해당 건물주에 물어보니 이미 사무실을 비운지 오래라고 했다. H일보 대표이사는 정회장의 명함을 보여주자 그가 과거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해서 회장 직함을 준 것은 맞지만 내쫓았다고 밝혔다. 정회장은 언론 경험이 없다고도 했다. 대표는 자신의 회사에 부업으로 기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던 제보자는 기사를 대신 쓰는 일을 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쓴 그대로 알만한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정식 기자가 아니니까 문체가 안 맞으면 교육 좀 시키라고 전화가 온다. 기사 내용이 좀 안 맞으면 팩트체크해서 보내라고 했다. 저분들은 회사에서 뭐하고 있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언론홍보대행업체에 문의하자 "5건에 100만원 정도 한다. 상호명 쳤을 때 바로 기사가 나올 수 있게 도와준다. 다음까지 같이 들어가면 5건에 140만원 정도 나온다. 언론사 급이랑 기사 개수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가짜 자료를 만들어 대행사에 돈을 입금하자 가공하거나 틀리게 적은 기사가 양대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다. 의뢰한 5건 모두 올라가는데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베르 멍뚸흐라는 가공의 인물이 대중에 공개됐다. 멍뚸흐는 불어로 거짓말쟁이를 뜻하는 남성명사다. 사실확인, 취재요청을 해온 곳은 없었다. 제작진은 해당 언론사에 사정을 알리고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유명 언론사에서 기사를 작성했다는 한 기자를 만났다. 제보자는 "크게 잘못됐다고 느꼈다. 기사 작성은 있는데 취재 업무가 없었다. 전화를 애초에 받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종일 양대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를 지켜보며 기사를 베껴쓰는 업무를 하는 어뷰징 팀에 속해있었다. 이미 나온 다른 매체 기사를 복사해 문장 부호 등을 조금 고쳐서 기사를 내는 것. 포털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제목만큼은 바꿔줘야 한다고 했다. 적게는 50개, 많게는 80여개를 하루에 썼다고 한다. 그녀가 본 최고 기록은 133건을 쓴 동료 기자였다. 어느 날은 자신이 무슨 기사를 썼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한 기자가 퇴사하며 편집장을 향해 심한 욕설을 남겼는데 이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올라가기도 했다. 기사 내용이 빈약해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면 트래픽이 많아야 광고가 들어오고 이 광고비를 언론사, 홍보대행사, 어뷰징 기사들이 나눠 갖는 구조라는 것.

관계자들은 "모든 언론사의 99%는 네이버, 다음 제휴가 목표다. 방문자 수가 다르다", "홈페이지에 기사를 게재했을 때 조회수가 1만건 나온다면 네이버에 거는 순간 5,6만 이런 식으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는 803개, 다음은 1250개의 언론사와 제휴 중이다. 제휴를 우해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정기적 심사와 모니터링을 받는다. 늘어난 언론사만큼 포털에 진입하는 경쟁률도 치열하다. 복사하고 베낀 기사, 실시간 검색어를 남용한 기사, 광고와 선정적 기사 모두 제재 사항이지만 그 장벽이 실제 현실에서는 무력화 되곤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 언론 관계자는 "벌점을 감수하고 기회비용을 따져서 하는거다"고 말했다.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이사는 "취재하고 발로 뛰고 심층보도하고 탐사보도 했던 사람들이 포털 창 안의 N분의 1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언론이 거기서 평가받기보다 이 틀 안에서 가장 쉽고 편하고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그러니 알권리도 없어지고 취재도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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