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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가난” 염혜란, 10초 단역→국민누나 되기까지[EN:인터뷰]
2019-12-05 06:32:01
 


[뉴스엔 배효주 기자]

"'제2의 염혜란'요? 부끄러워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염혜란은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걸캅스' 무대인사에서 자신을 소개하며 "제2의 라미란이 되고 싶은 염혜란"이라고 해 함께 있던 라미란의 웃음을 빵 터지게 만들었다. "라미란이라는 배우는 여자 조연계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탄탄하게 조연을 해 오다가 주연에 오른 궤적이 정말 훌륭하다"는 염혜란은, "그 연기력이나 인간미를 닮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백꽃 필 무렵' 이후 '제2의 염혜란'이 되기를 꿈꾸는 후배도 나오지 않겠냔 말엔 "아직 한참 멀었다"고 얼굴이 빨개져 손사래를 쳤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에 일명 '옹산의 솔로몬' 홍자영으로 분한 염혜란은 노규태(오정세 분)와 찰떡 같은 부부 로맨스를 선보였다. 카리스마에 재치, 쿨함과 지성미까지 고루 갖춘 홍자영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국민 언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동백꽃 필 무렵'에 앞서, 염혜란은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시작으로 tvN '도깨비', '슬기로운 감빵생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라이브', JTBC '라이프' 등 다양한 작품 속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영화 '증인'에서는 주연배우 못지 않은 존재감을 안겼다.

'동백꽃 필 무렵'이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마지막 회를 보며 만감이 교차하더라는 염혜란. 그는 "시청률 10%는 무조건 나오겠다 싶었는데, 20%까지 넘다니 대단한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이렇게 큰 사랑을 받으며 끝날 줄은 몰랐어요. 드라마라는 게 여러 조건과 박자가 잘 맞아야 하거든요. 캐릭터만 좋아서 될 일은 아니고, 작품도 좋고 배우끼리 호흡도 좋아야 하는데 '동백꽃 필 무렵'은 모든 것이 충족된 작품이에요. 감사한 일이죠. 이렇게 따뜻한 드라마를 만났다는 게 뿌듯해요."

이제는 '도깨비 이모' 아닌 '자영이'로 불린다는 요즘. 염혜란은 인지도가 확 올랐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특히 '국민 누나'라는 영광스런 수식어도 가지게 됐다.

"오정세 배우가 하도 '누나, 누나' 해서 그런 거 같아요.(웃음) 미용실에서 만난 분이 제 팔뚝을 잡곤 '이제 우린 무슨 낙으로 사나' 하셨을 때는 시청자에게 기쁨을 줬다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어요."

'동백꽃 필 무렵'의 인기에 홍자영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드라마의 흥행이 더욱 기쁘다는 염혜란. 그는 홍자영에게 공감했던 지점을 슬쩍 털어놓기도 했다.

"대사 중에 동백(공효진 분)을 보고 '동백 씨는 어떻게 그렇게 웃어, 나는 아홉을 가지고도 하나가 고파' 라는 게 있는데, 정말 와닿더라고요. 홍자영처럼 능력 있고 자존심 센 모습은 저와 닮은 거 같지 않았는데, 항상 무언가를 갈구하는 모습만은 닮아 보였어요. 없는 하나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점에 다른 시청자들 역시 공감하지 않으셨을까요?"

등장인물 중 본인이 맡은 역을 제외하고 가장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는, 손담비가 연기한 '향미'다. 안타까운 인생을 살다가 안타깝게 떠난 향미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 구석이 아린다고.

"투입된 배우들이 하나 같이 연기를 너무 잘해 놀랍고, 행복한 현장이었어요. '옹벤져스' 배우들은 이미 연극계서 잘하기로 소문난 분들이거든요. '이 좋은 배우들 어떻게 여기 다 모였나' 싶었죠. 손담비 배우가 연기한 향미는 가장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에요. 향미가 죽고 나서는 저도 힘들었어요. '향미에게 좀 더 신경쓰고 손을 내밀어 줬다면 그런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작품 복이 많다"는 염혜란. 그의 데뷔작은 봉준호 감독 영화 '살인의 추억'이다. 피해자 엄마 역으로 10초 남짓 출연했다. 단역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염혜란 배우 오셨느냐"고 따뜻하게 맞아줬던 봉준호 감독을 잊을 수 없다는 그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진주댁이 비중이 큰 첫 작품이었어요. 항상 2~3회차 단역만 하다가 그렇게 대사가 많은 건 처음이었죠. 드라마 '도깨비'는 대중의 반응이란 걸 처음 느껴본 작품이었어요."

단역 시절 어려웠던 경험에 대해선 "누가 더 많이 고생했나 배틀처럼 되는 게 싫다. 그렇게까지 고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또 제가 선택한 가난이자 고생이기 때문에 더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주로 아줌마 연기를 많이 했죠. 처음엔 '왜 아줌마 역만 맡지?' 하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그러다 나중엔 '내가 아줌마 캐릭터의 모든 스펙트럼을 완성해 보이겠어!' 마음 먹었죠. 작품 속에서 기능적으로만 쓰일지라도,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기라는 건 하면 할수록 정체성을 찾는 작업인 거 같아요. 저도 몰랐던 저를 발견하고 있어요. 나도 모르는 내가 수없이 많이 존재할 텐데, 그걸 하나 하나 캐나가는 중이죠."

염혜란은 '동백꽃 필 무렵'의 흥행에 결코 들뜨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 잡는 중이라고 말했다.

"어떤 배우가 '동백꽃 필 무렵'을 두고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한 걸 봤어요. 그렇다면 저는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받은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렇게 큰 선물을 왜 나한테?' '나 오늘 생일도 아니고, 결혼기념일도 아닌데?'


싶은 거죠."

(사진 제공=에이스팩토리)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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