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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대전 권총 은행 강도사건 미스터리, 고문은 진짜일까(종합)
2019-09-08 00:14:16
 


[뉴스엔 이민지 기자]

경찰의 고문을 주장하는 용의자와 범인임을 확신하는 경찰의 주장이 부딪혔다.

9월 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8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대전 권총 은행 강도 사건을 추적했다.

취재는 한대의 자동차를 찾는 것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1년 10월 뉴스에 등장한 은색 EF소나타. 도난 당했다 돌아온 자동차는 유리가 깨지고 여기저기가 파손된 상태였다. 18년 전 뉴스 속 이 자동차를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별다른 단서가 없어 당시 차주가 살았던 동네를 찾아갔다가 거짓말처럼 예전 번호판 그대로인 해당 차를 발견했다.
이 차량을 도난 당했던 차주는 2001년 10월 14일 오후 9시30분께 아들 부탁을 받고 집 근처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에 차를 주차했다. 그는 "1분도 안됐는데 차가 안 보이더라"고 말했다. 차량은 다음날 오전 3시 톨게이트에서 발견됐고 차량에 있던 금팔찌가 사라진 상태였다. 핸들과 콘솔박스 지문까지 지우고 등장한 절도범. 그러나 이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절도범이 차를 버리기 직전, 대전 송촌동에서 이상한 사고를 낸 것이다. 밤 12시 어두운 골목길, 절도범은 홀로 순찰을 나왔던 경찰을 차로 치어 쓰러뜨린 후 권총과 실탄을 가져가버렸다. 경찰은 5톤 트럭 밑에 방치된 채 발견됐다. 머리와 척추에 부상을 입고 이틀만에 정신을 차렸지만 사고에 대한 기억을 잃어 범인을 잡지 못했다. 훔친 차를 몰다 실수로 사고를 냈다 보기엔 석연치 않다. 의도적으로 사고를 낸 목적은 38구경 권총과 실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2달 후인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 대전시내 한복판인 둔산동 국민은행 지점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사라진 권총이 등장한 것. 수개월에 걸친 범인의 최종 목표물은 은행의 현금 수송차량이었다. 검은색 차량을 타고 수송차량을 따라온 범인은 실탄까지 발사해 40대 은행 직원 김모 과장이 총에 맞았다. 김과장은 30분만에 사망했다. 도심 한가운데 대형은행 지하주차장에서 권총을 난사한 범인은 3억원이 든 가방을 들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권총을 든 범인 앞에서는 특수가방도 소용이 없었다. 이들이 타고 온 검은색 차량은 범행 장소 인근에서 발견됐다. 감식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지문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이 차량 역시 경기도 수원에서 도난신고된 상태였다.

범인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잡히지 않았다. 복면과 훔친 권총 뒤에 숨었던 범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18년 전 수사에 나선 한 경찰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겐 오랫동안 하지 못한 말이 있다고 했다. 김한기(가명) 형사는 "이 사건이 왜 잘못 됐냐면 당시에 이 사람들을 풀어줬으면 안된다. 나는 지금도 그 사람들이 범인이라 만프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최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한 남성을 만났다. 현재 해외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있다는 박종훈(가명)씨는 18년 전 그 곳에 있었다. 당시 현금 수송차량 운전기사였던 박종훈 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 사건을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대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 중이었던 그는 청원경찰, 사망한 과장과 함께 현금 수송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날은 3억원이 든 가방 2개를 운송 중이었다. 주차하고 내렸을 때만 해도 별다른 낌새를 차리지 못했다. 그는 "손들어 꼼짝마 하고 총 쏘고 그 다음부터 그냥 액션을 취했다. 검은색 밖에 기억이 안난다. 장갑도 복면도 검은색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부검을 맡았던 서중석 전 국과수 원장은 "사입부가 전부 왼쪽에 구성돼 있다. 이분이 자동차 쪽으로 움직이려고 할 때 탄환이 왼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방을 들고 차안으로 가지고 가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종훈 씨는 "과장을 어떻게 도와드려야 되지 라는 말을 못했다.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어떻게 살릴 수 없었다. 가족분들께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김과장을 쏜 후 돈가방을 가져간 범인은 순식간에 은행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국민은행에서 범행 차량이 발견된 건물까지의 거리는 200m다. 차량 발견 건물 주차장은 우연히 찾기는 힘들어 보이는 곳이었다. 사건 당시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주차장. 그런데 이날 수상한 사람을 본 사람이 있었다. 건물 한 입주자가 검정색 그랜저에서 흰색 차로 옮겨타는 남자를 봤다는 것이다. 그날 목격자가 본 남성은 총 3명이다. 이들은 다급하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이날 범인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 하나 있었다. 옮겨탄 흰색 차가 급하게 빠져나가다 주차장 벽을 긁고 나간 것. 그날 이른 아침 주차돼 있는 흰색 차량을 본 목격자도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자동차 뒷부분과 번호판이 유난히 번쩍거렸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범인은 오전 9시 이전 이곳에 흰색 차를 대기시켰고 범행 후 검은색 그랜저를 버린 후 차를 갈아탄 것으로 보인다. 검은색 그랜저는 도난 전보다 선팅이 짙게 돼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수상한 손님을 기억하는 선팅업체가 있다. 두명의 젊은 남성이 찾아와 선팅 필름만 사갔다는 것.

사건 2개월 만에 경찰은 첩보 하나를 입수한다. 술자리에서 자신의 지인이 대전 은행 강도를 저지른 범인이라고 떠드는 20대 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는 것. 대전에서 다방 관련 일을 하던 20대 초반 남성 송남철(가명)씨였다. 그런데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허위 정보를 흘렸다고 한다.

2002년 8월 경찰은 용의자 3인을 체포했다. 허위 정보를 흘리던 송씨와 의경 출신 대학생 김씨, 육군으로 군복무 중이던 박 상병이었다. 9개월 전 세 사람이 국민은행 인근에 있었던 것이 통신기록을 통해 확인됐고 체포 후 송씨와 김씨가 범행을 자백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영장을 기각했고 그들은 풀려났다. 자백 진술 외에는 3억원의 돈도, 권총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확신은 무엇이었을까. 18년 전 용의자였던 송씨를 만났다. 송씨는 "시키는 대로 다 맞다고 한거다.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다"고 주장했다.

송남철 씨가 인터뷰에 임한 것은 의외였다. 젊은 시절 조직에 몸담았지만 현재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송씨. 18년 전 송씨는 구속영장실질 심사에서 고문 사실을 밝히고 풀려날 수 있었다고 한다. 송씨는 "판사 앞에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다. 살려달라 했다. 그래서 그때 무혐의로 풀려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타겟이 된게 우리가 돈을 많이 쓰고 다녔다. 그 나이에 그 정도 쓴 사람은 없었다. 20대 초반에 항상 현금 200~300씩 가지고 다녔다"고 밝혔다. 다방 수입이 좋아 씀씀이가 좋아 타겟이 됐다는 것이 송씨의 주장이다. 조사 기간 내내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었고 경찰이 만든 조서대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화가 난다. 그때 내가 어려서 아무것도 못했다. 지금 만약 때린다면 내가 맞겠냐"고 말했다.

또다른 용의자 김재훈(가명)씨는 흰색 차량 운전자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김씨는 "많이 맞았다. 군대에서 맞은 것보다 고통스러웠다. 죽겠더라. 감옥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했다, 내가 죽였다 했다. 처음에 불러주는대로 썼다"고 주장했다.

권총으로 김과장을 쏜 것으로 지목된 박상현(가명)씨는 "난 죽이지 않았다. 군대에서 쫓겨나게 만들고 억울했다"며 "조사 받은 내용이 있더라. 사람은 누가 죽였냐. 얘가 쐈다. 그런 식으로 나열해놨다. 권총 같은거 안 쏴봤다. 훈련병이었을 때만 쏴봤다"고 말했다. 그는 풀려날 때까지 범행을 부인했다고.

이들의 조서 내용과 주장을 살핀 박준영 변호사는 "맞았던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건 다른 사람이 자백했다는 이야기 하면서 자백을 압박했다는거다. 공범들 간의 조사 과정에서 A가 자백했으니까 당신이 자백 안하면 불리하고 더 가중처벌 받는다고 회유와 압박을 하는 수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김한기 형사는 "거기 사무실이 다 터있었다. 신변 호보 대기조가 있었다. 수사본부장, 수사 과장 다 와있었다. 지휘부만 몇명이냐.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들을 체포했던 또다른 형사들은 세 사람의 구체적인 진술들에 대해 이야기 하며 모의부터 도주까지 실제 사건을 모르는 사람은 할 수 없는 말이었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풀리지 않은 채 18년이 흘렀다. 하지만 용의자들이 남긴 진술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전문가는 권총에 대한 송씨의 진술 번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송씨가 체포되기 서너달 전만 해도 김씨, 박씨가 아닌 다른 친구들을 지목하며 그들에게서 총을 봤거나 들었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이후 갑자기 명동에서 돈을 주고 권총을 구입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경찰이 꾸민 진술이 아니었다면 권총을 밀수한 것처럼 꾸민 이유가 있을까. 송씨는 "아니다. 형사한테 뺏었다고 했다"며 명동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다 명동 한 호텔에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2005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글이 하나 있다. 대전 사건 범인의 친구라는 제목이었다. '저는 주범들의 친구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영혼을 달래주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그가 범인이라 지목한 사람의 이름이 등장했다. 내 친구 박상현이 총으로 쏘고 그 외 4명 정도가 더 있다고 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누구일까.

글쓴이와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겨우 카메라 앞에 선 황지민(가명)씨는 "상현이랑 통화했다. 나랑 되게 친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황씨는 국민신문고 글에 대해 "내가 쓴 글이 맞다"며 "솔직히 말씀드려서 상현이가 주범 같다. 그 후의 모습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현금이 항상 많았다. 항상 검정색 비닐에 300~400만원 정도 가지고 다녔다.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말을 안했다"고 말했다.

황씨의 이름은 수사 관련 자료에도 등장한다. 세 친구 수사가 진행되던 무렵 황씨는 그들이 권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는 진술도 했다. 그러나 황씨는 "권총을 내가 찾아봤는데 내가 봤을 때는 가스총이었다"며 자신이 본 것은 차량에 있던 가스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권총에 대한 즉답을 피하고 횡설수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황씨는 "이준석이나 이런 애들을 만나보시는게 나을 것 같다. 기억은 안난다. 얼굴을 못 봤다. 우리보다도 이준석 이런 사람을 찾아봐라. 나는 다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이준석은 누굴까.

경찰 수사에 따르면 송씨가 지인으로 소개한 이준석은 보육원 출신으로 조직생활을 했고 송씨와 마을금고 강도 사건을 계획했던 인물로 언급됐다. 경찰은 이준석을 수소문 했으나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다 박상병 입에서도 이준석이라는 이름이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여자친구 면회 당시 박상병의 녹음 파일에는 "이기성이라는 애가 있다. 가명을 썼더라 준석이라고"라는 말이 등장했다.

송남철이 범행을 시인했다는 진술서에는 범행 모의를 함께 했고 현장에 함께 했다는 인물 이준석이 있었다. 그런데 세 친구 모두 본명을 모른다고 해 경찰도 신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수정 교수는 "이 사람을 알기는 아는 것 같은데 특정을 안하고 경찰의 수사에 혼선을 줘 결국 증거조차 확보하지 못하게 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송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상병 역시 마찬가지로 이준석을 모른다고 했다. 정말 두 사람은 이준석을 모르는걸까. 두 대의 차량 절도와 뺑소니 교통사고, 경찰관 권총을 빼앗아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 은행강도. 전문가들은 이 치밀한 범행에 어떤 설계자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주범이 역할을 나눠 분배해줬기 때문에 종범들은 주범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훈 씨는 "만약 범인분들이 보고 계시면 이 방송을 보고 제발 유가족들을 생각하셔서 자백했으면 좋겠다. 평생 짐 가지고 가셔야 될거 빨리 훌훌 털고 죗값 받으시면 유가족들한테 원망은 안 살 수 있다. 그게 인간된 도리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경찰의 고문으로 인한 허위 자백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세 사람이 물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진술을 번복한 후 가혹수사 논란으로 빠져나갔다고 보고 있다.

여전히 이 사건은 많은 궁금증을 남기고 있다. 18년간 유일하게 용의선상에 오른 세 사람이 정말 사건과 무관했느냐이다. 전문가들은 세 사람 중 몇은 사건과 관계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위 자백이라 보기엔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구체적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미제팀으로 넘어갔고 경찰은 여전히 범인 검거 의지를 갖고 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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