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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지명수배 1번 살인자 황주연, 피투성이 도주 후 증발된 11년(종합)
2019-07-21 00:16:07
 


[뉴스엔 이민지 기자]

황주연은 11년간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7월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1년째 도주와 잠적을 반복 중인 지명수배자 황주연에 대해 다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1975년생, 40대 중반의 남성을 찾아나섰다. 제보를 받아 목격담을 따라가다 닿은 곳은 한 모텔. 한달째 월세를 내고 들어와 하루에 두번 외출한다는 투숙객이 그와 닮았다고 했다. 닮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찾던 사람은 아니었다. 제작진이 갖고 있는 단서는 그의 얼굴과 이름 뿐이다. 어디에나 있었지만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은 중요 지명피의자 1번 황주연이다. 180cm 큰 키, 건장한 체격의 황주연은 11년째 잠적 상태다.
지난 2008년 6월 17일, 11년 전 황주연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제보자. 잔인한 기억의 무대는 서울 강남의 한복판, 고속버스터미널이다. 제보자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가발을 쓴 남자가 한 여성을 칼로 찌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여성은 순식간에 일어난 범행 뒤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은 여성 뿐이 아니었다.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 역시 온 몸에 칼을 맞은 것 같았다. 목격자들의 신고로 긴급 이송됐지만 여성은 30분 만에 사망했다. 범행 도구는 발리송 나이프라는 접이식 칼. 칼을 휘두른 자는 황주연이다.

이 여성은 왜 황주연에게 이렇게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됐을까. 숨진 여성은 황주연의 이혼한 전처였다. 21살 젊은 나이에 결혼한 피해자는 황주연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며 공포 속에 살았다고 한다. 황주연은 서울에 숨어 살던 그녀를 어린 딸을 이용해 불러내 범행을 저질렀다.

그날 황주연에게 당한 또다른 피해자 박성우(가명)는 중환자실에서 4개월간 사경을 헤맸다. 당시 상우씨는 짐을 들어주러 터미널에 동행했고 황주연으로부터 갑작스레 공격을 받아 쓰러졌다. 범행 후 황주연은 자신의 어린 딸을 남겨둔 채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이후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다음 날 지하철 역 몇군데서 포착됐지만 이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후 11년, 황주연은 완벽히 숨었다. 오랫동안 황주연을 찾았지만 어디서도 그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당시 수사팀장은 황주연이 가까운 지인에게 남겼다는 이야기를 공개했다. 수사팀장은 "범인들이 잡히는게 이해 안된다. 자기는 안 잡힐 자신이 있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황주연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전북 남원에서 살았다. 마을 사람들은 황주연에 대해 "걔 죽었어, 살아있어?", "어디로 이민 갔다고 했는데 모른다", "젊은이 없는 집 논도 갈아주고, 이 동네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부부간에 싸우지도 않고 잘 살았다. 너무 마음이 약해서 사람 죽이고 그럴 애가 아니다. 어쩌다 한번 때린 것이 실수가 돼버렸지"라고 말했다. 사건의 원인이 황주연 아닌 전처에게 있다고도 말했다. 그날 함께 범행을 당했던 남성이 피해자의 내연남이었다는 것이다.

박성우 씨는 "이혼한지 1년이 넘었다고 했다. 두 달 밖에 안 만난 친구 쫓아갔다 피해를 당했는데 내가 내연남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남편이 한번 찾아와서 끌려갔다 왔다 하더라. 전 남편이 많이 찾아와서 해코지하고 힘들게 이혼했는데 다시 또 그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그 친구가 죽은지 몰랐다. 다 쉬쉬하고 있었다. 입원실 내려와서 한참 있다가 알게 됐다. 사지 멀쩡한 놈이 구해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말했다.

황주연과 전처는 2번 이혼한 사이였다. 피해여성 동생들은 "폭행이 심해서 살 수 없어서 이혼할 수 있도록 엄청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2003년 결혼 6년만에 첫번째 이혼을 했다. 가까운 사람들만 황주연의 가정 폭력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가정폭력과 의처증으로 이혼했던 두 사람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재결합했다. 황주연의 사죄와 어린 딸 때문에 마음을 돌렸다는 것. 그리고 3년 후 두 살마은 두번째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피해여성 동생은 "황주연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이혼해달라고 해서 언니가 이혼을 했다"고 말했다.

황주연은 2003년부터 2007년 5월까지 다른 여성과 만나다 헤어졌다. 결혼 생활 중 4년간 다른 여성을 만났던 것. 당시 황주연과 교제했던 여성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만나 "내가 그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괴로워하고 있다. 정말 끔찍하다. 정말 싫다"고 말했다. 그는 "유부남인걸 몰랐다. 총각이라 사귀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자기가 이혼했다 하더라. 그래서 충격이 커서 안 만났다"고 밝혔다. 그와 헤어진 후 다른 남자와 결혼을 준비했다는 그녀는 "우리 신랑도 엄청 괴롭혔고 날 항상 죽이러 올 수 있다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황주연은 그녀를 미행, 해킹하고 죽음을 암시하는 협박성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이미 이혼한 피해여성에 다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황주연은 이 무렵 딸아이를 핑계로 재결합을 요구했다고 했다. 피해여성을 찾기 위해 112에 신고한 기록도 있었다.

전문가는 "전치된 공격성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황씨의 분노는 내연녀에게로 향해있다. 본인이 화가 나 있는 대상이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 대신 본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전 부인에게로 공격성을 치환했다"고 분석했다.

사건 당일 황주연이 타고 왔던 트럭에서도 놀라운 흔적이 있었다. 트럭 뒤에 장롱이 있었고 김장용 비닐봉투, 마대자루, 칼과 손도끼, 삽이 나왔다. 시신을 옮기는 것까지 계획하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황주연의 누나는 "나쁘진 않았다.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봐라. 주연이가 누구 팬 사람 있는가. 이혼했다고 누가 그러냐. 계속 같이 살았다. 마지막까지"라고 주장했다.

황주연은 다음날 이상한 행동을 했다. 매형에게 전화해 자신의 위치를 노출했다. 경찰은 "신도림 역사 내에서 전화했는데 역사에 들어간 흔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살을 암시한 그는 복잡한 동선으로 움직였다. 50분 후 영등포시장 역으로 다시 한번 표를 끊고 들어왔고 50분 후 강남역에서 하차했다. 이후 공중전화로 다시 매형에게 전화해 또한번 자살을 암시했다. 이후 사당역으로 들어가 삼각지역에서 하차했다. 삼각지 역 근처에서 40분의 공백이 발생했고 다시 지하철에 올라 경기도 안양 범계역에 도착했다. 범계역을 빠져나간 황주연은 이후 증발했다.

범행 다음날 그는 2번의 통화를 하고 6개의 지하철 역을 돌며 흔적을 남겼다. 프로파일러는 "공개 장소에서 범행했는데도 서울시내를 배회한건 목적이 있지 않으면 불편하고 두려운 상황이다. 몇군데의 장소는 도주하기 위해 준비된 것들을 확인한다든지 그런 의미가 있는 장소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선 교수는 "극단적 선택을 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당을 기점으로 동쪽과 서쪽에서 전화를 했고 사당에서 범계로 간다면 최종 목적지가 노출된다고 생각했을 거다. 삼각지에서 행적은 위장으로 보이고 최종적으로는 범계에서 현금을 사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2일 후 한 농기계 거래 사이트에 그의 아이디가 접속됐다. 50분간 사이트를 이용하고 로그아웃한 기록이 나왔다. 아이디를 추적해 나온 곳은 방배동 한 PC방이었다. 그는 서울 한복판, 사람들 속에 있었다. 경찰은 "가장 잡기 힘든 곳이 그 사람 집이다. 집 한쪽 귀퉁이에 은신해 있고 밥주고 그러면 밖에 나오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른다. 경찰들이 일일이 가서 집을 다 확인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3년 전 부친이 사망했을 때도 황주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주연 가족은 "우리한테 모르는 전화로 할 수도 있는데 모르는 전화는 안 받는다. 통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황주연이 범행 후 두번이나 전화를 걸었던 매형은 "마지막으로 나한테 전화를 했다. 몰랐다. 알고 무조건 오라 그랬나. 하여튼 술 한잔 하게 오라고 했었다. 두번째 통화에서는 나한테 오는 중이라 그랬던거 같다"며 통화 내용도 거의 잊었다고 밝혔다. 매형은 "머리가 비상한 애였다. 장모님이 밀항 안했으면 어디서 죽은 것 같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11년은 말이 안된다. 국내에 있다 하면"라고 말했다.

2008년, 그 무렵 밀항한 유명인사 조희팔이 밀항한 태안. 한 어민은 "조업 선박들은 그렇게 뒤지지 않는다. 배 한구석에 숨어있을 곳이야 잔뜩하다. 그래서 조희팔도 이런 배로 밀항한거다"고 말했다. 밀항에도 난관은 있다. 상당한 자금과 믿을만한 브로커 확보가 필요하다. 트럭마저 버리고 도주한 황주연의 자금 상황은 어땠을까. 경찰은 그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은신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타인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평범하게 삶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희대의 탈옥수로 불리던 신창원은 2년 6개월간 도피했다. 그가 오랜 도피가 가능했던 건 그의 곁에 조력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의 대대적 수색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생활하고 도둑질한 신분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신분을 속인 채 살아갔다. 황주연은 PC방에서 사이트 회원을 가입할 때 이범준이란 가명을 적었고 뒷자리 2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했다. 서울에 거주하던 유흥업소 여성의 것으로 확인됐다.

황주연의 지인들은 취재진의 방문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사건 전 황주연에게 범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는 친구는 "가족 같은 친구다. 사건도 다 끝났고 협조해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내 의사를 전했으니까 더 오지마. 넘어오면 때려버릴 수도 있어"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주변인들이 황주연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계속 직업을 바꾸면서 사람들을 만났다", "택시기사도 했고 시골에 있는 신문 기자도 했다", "다단계 중간 이상부터 간부로 쳐준다. 말주변이 장난 아니다", "농기계 중고 나왔다 하면 중개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황주연은 농사, 농기게 판매, 택시기사, 다단계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고 언변과 사업수단이 좋았다고 한다.

가족들의 조력 없이도 11년간 생활이 가능했다면 그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일하고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황주연의 얼굴이 가능한 특징, 11년이라는 시간의 경과 등을 적용해 새로운 몽타주를 만들었다.

황주연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러건의 제보를 확인했지만 황주연을 본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그 사람 권투같은 운동하지 않았냐. 체격이 180cm 좀 넘는 것다. 귀 특이하고 다 맞는 것 같다. 지금 빨리 와라. 지금 일하고 있는데 다른데로 가버릴 수 있다"는 한 제보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두차례나 전화해 빨리 와달라고 부탁했다. 발신전화를 추적해보니 서울 강북 지역 공중전화였다. 익명의 제보자가 본 사람은 황주연이었을까.

황주연을 닮은 남자는 한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남아있던 공사장 관계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안면이 좀 있는 것 같은데?", "10년전이라니까 얼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 관계자 모두 같은 남성을 떠올렸다. 송씨 성을 가진 낯선 이름. 관계자는 "자기가 영업을 하러 다니더라. 곰방할거 있으면 자기를 불러달라면서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내일 아침 7시쯤 되면 여기 작업을 할거다", "내일 아침에 무조건 와라.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마라. 세면 안되니까"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다음 날 아침 공사장을 다시 찾았다. 한 남자,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실루엣이었다. 수배전단 속 황주연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제작진은 만약을 대비해 경찰에 협조를 구했다. 강력반 형사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신원확인을 시작했다. 모두가 긴장한 상황, 얼마 후 형사들이 빠져나왔다. 형사들은 "지문까지 확인했는데 아니다. 나이라든지 몸이라든지 말투라든지 이런게 다르다. 건설면허증, 기계면허증 다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결례가 된 것은 아닐까 그에게 직접 사과를 전했다.

사진 몇 장 만으로 그를 찾는건 불가능한 일일까. 심지어 지명수배 전단이 붙은 곳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현실이다. 개인 건물에 붙이는걸 꺼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금융기관, 관공서에 주로 붙이게 된다. 새로운 추적 기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는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 지명수배자를 찾아내고 있었다. 개인정보와 인권 침해 요소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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