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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다 잊고사는데 왜?” 경찰 태도에 시청자 분노
2019-06-23 15:37:04
 


[뉴스엔 박아름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 미제사건 재수사에 대한 일부 경찰의 태도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장기 미제로 남아 있는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을 지난 2014년 이후 5년만에 재조명한 가운데 회피하려는 듯한 경찰의 태도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은 지난 2001년 3월, 충북 영동군의 한 신축 공사장 지하창고에서 만 16세였던 여고생 정소윤 양이 양 손목과 손톱이 잘려져 사망한 채로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충북경찰서까지 나서 대대적인 수사를 이어나갔지만 18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2014년 12월 한 차례 해당 사건을 다뤄 관심을 모았으며, 이번 방송에서는 10살 때 사건 당일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을 봤다는 제보자의 의미있는 인터뷰와 단서를 공개했다.

그 결과 제작진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이 최초 용의선상에 올랐던 공사현장 작업반장 윤씨 수사에 몰두하느라 유일하게 '김목수'란 인물의 알리바이를 공백으로 남겨뒀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고, 열흘간의 끈질긴 수소문 끝에 부산에서 김목수를 만날 수 있었다. 김목수는 사건 당일 눈 부상 때문에 부산으로 내려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서류상 5일간의 공백은 존재했다. 이는 경찰이 수사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경찰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이름과 70년대 초반생이라는 단서만 갖고 부산 공사현장 인부들을 집요하게 찾아나선 제작진과 달리 경찰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소윤 양을 기억해야 하는 건 부모만의 몫일까. 당시 범인 검거를 장담했던 형사는 오히려 제작진에 "그런데 왜 취재하러 다니냐"고 물었다. 경찰의 질문이라고 믿기 힘든 질문이었다. 그리고 수사 노트를 이미 몇 년 전 다 태웠다고 했다. 수사를 안 한다 해서 다 태워버렸다고.

영동 경찰서 관계자는 "모든 사람들이 잊고 평온하게 사는데 그 아픔을 다시 또 상기시키는 그런 일이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퇴직한 사건 당시 담당 형사는 끝까지 제작진과의 만남을 피했다. 또 18년 뒤 사건을 책임져야 할 미제팀인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건을 저희가 검토도 못한 상태다"는 답변을 내놨다. 사실상 경찰은 현재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18년 전 가장 열심히 현장을 뛰었을 막내 형사는 "심부름만 하던 때였다. 찌꺼기 막내라 복사만 1년 해야 됐다. 최고 막내여서 기억이 없다"며 답을 회피했다.

그렇다면 대체 미제 사건은 누가 기억해야 할까. '그것이 알고싶다' PD는 이 답답한 상황에 “아 이해가 안돼”라며 푸념을 늘어놨다.

마지막으로 당시 수사 형사 역시 제작진과 통화에서 "방송의 취지가 범인을 잡아주려 하는 거냐. 아니면 그냥 흥미 위주로 가는거냐. 단서가 있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있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진행자 김상중은 "그 질문은 경찰의 것이 아니라 유족과 우리의 것이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상중은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이번 방송을 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기억'과 '공백'이었다. 제보자는 자신의 기억과 공백을 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범인의 얼굴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8시간이었다. 단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소윤이 부모를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상중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건 공백으로 수사의 공백을 꼽았다. 김상중은 "2001년 윤씨 수사에 몰두하느라 김목수 알리바이를 공백으로 남겨뒀다. 어쩌면 다른 인부들에 대한 수사 역시 부실했을 수 있다"고 지적한 뒤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시 공사장 인부들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들은 대부분 "기억이 없다"라는 믿기 힘든 대답만 들려줬다. 심지어 어떤 이는 "모두 잊고 사는데 왜 굳이 묻어뒀던 사건을 다루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이에 김상중은 "오랜 시간 미제로 남겨둔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는 누군가의 기억이라고 우린 생각한다. 목격자의 기억이 범인을 찾는 중요한 단서가 되던 수사진의 기억은 범인을 잡는 의지가 된다고 우린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로 수사가 진척될 거라는 희망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이전과 달라진 건 전혀 없었다. 소윤 양의 부모는 "방구석에 앉아있는 게 형사들이다. 형사를 믿고서 범인을 잡겠다고.."라며 씁쓸해했다. 심지어 범인이 잡힐 거란 기대는 꿈에서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언론이 나서 수사에 결정적 도움을 제공하고 나섰음에도 불구, 이를 사실상 거부하며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찰의 태도가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사진=S


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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