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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살인범과 마대자루, 부산다방여종업원 살인사건의 진실(종합)
2019-02-17 00:34:07
 


[뉴스엔 황수연 기자]

모든 정황이 한 사람이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2월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최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된 '2002년 부산 다방 여종업원 강도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투스카니 차주는 지난 2003년 시세보다 싼 값에 스포츠카를 구입했다. 모두가 잘 샀다고 했던 차였다. 단 차 시트에 담배자국이 있었고, 차주는 시트를 바꾸기 위해서 인조 가죽시트를 걷었는데 검붉은 얼룩이 나왔다. 이후 중고차 딜러에게 차를 건넸고, 잊고 있던 찰나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안 좋은 사건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2017년 8월, 빨간 스포츠카의 첫 주인인 양씨가 체포됐다. 2002년 여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였다. 해당 사건은 16년 전, 2002년 5월 31일. 부산 강서경찰서 뒤편. 마대자루에 싸인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르면서 알려졌다. 시신은 두 장의 마대자루와 검정색 비닐봉지에 몸이 묶인 채 쌓여있었다.

시신은 가슴 좌측을 비롯한 흉복부 집중적인 손상이 가해졌다. 가장 깊은 자창은 무려 14cm로 기록됐다. 시신의 주인은 당시 24살이던 채송희 씨였다. 친언니는 어느날 전화가 안 됐고, 문자를 해도 답장이 없자 이상한 느낌을 직감했다고 했다. 사라진 뒤 약 열흘 뒤, 친언니가 실종 신고를 한 뒤 하루 만에 시체로 발견됐다. 언니는 CCTV도 있어서 금방 잡힐 줄 알았다고 말했다.

CCTV에 찍힌 사람은 용의자 양씨였다. 송희씨가 사라진 다음날 296만원은 인출한 모습이 찍힌 것. 경찰은 양씨를 유력한 용의자 갑으로 봤다. 이어 한 여성이 송희씨 적금 500만원을 해약했고, 또 다른 한 명의 여성이 주변에 나타났다. 용의자 을과 병이었다. 이후 과거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통해 용의자 을과 병을 아는 사람들의 제보가 들어왔다. 을과 병은 주점 종업원들이었다. 양씨가 송희씨와 닮은 여자를 주점에서 만나 통장을 인출하는데 이용한 것이었다.

놀랍게도 양씨는 지난 2003년에서 2012년 9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었다. 양씨의 죄목은 청소년 성매매 및 부녀자 강도강간이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양씨를 수녀님들을 도와 봉사활동을 하는 선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또 양씨를 '천사'라고 불렀다. 수사과정에서도 양씨는 기도를 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은 듯 미소를 지었다.

1심과 2심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양씨는 무죄를 주장하는 가운데 변호인은 그가 처음부터 한 번도 강도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원심이 파결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판단의 근거는 심리 도중 배달된 편지였다. 범인이 따로 있다는 말이었다. 예금을 인출하는 과정에 CCTV에 찍힌 사람은 양씨가 아니라 자신이 아는 지인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국과수 얼굴굴곡 인식으로 CCTV 속 인물이 양씨임이 확인됐다. 대법원은 극구 부인을 하니 억울함을 들어 한 번 더 확인해보라는 의미로 원심을 파기했다. 양씨는 강모씨를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용의자 강씨는 제비로 불리던 커피숍 단골 손님이었다. 강씨가 의심스러운 이유는 그가 송희씨가 실종됐을 당시 점심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또한 헤어진 뒤 집에 들어간 경로를 진술했는데 위치 수사 결과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한동안 핸드폰을 끄고 잠수를 탔다는 점이 의심을 샀다. '그알' 제작진과 만난 강씨는 알코올성 기억상실이 있다고 주장했고, 당시도 자신의 행적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 용의자 갑을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떳떳하다고 말했다.

살인만 하고 양씨가 예금을 찾는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 양씨는 사상 기차역 근처를 지나다가 가방을 주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수첩에 있던 번호를 조합해 비밀번호를 추측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양씨가 인출과정에서 두 번은 번호를 틀렸고, 세 번째 인출에 성공했다는 정황으로 스스로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돈을 찾을 당시 송희씨가 이미 죽어있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수첩 속 숫자들로 비밀번호를 맞췄을 확률은 무척 낮았다.

전문가는 만일 피고인의 주장대로 가방만 주워서 인출했다면 피해자의 가방과 통장을 입수하게 된 경위와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진술이 명확해야하는데 진술이 번복되고 개연성 신빙성이 떨어진 상태라고 봤다. 또 커피숍 주인은 실종 당일 밤 10시 경에 퇴근했는데 저녁 8시에 어떻게 가방을 주울 수 있었을까. 1,2심은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예금을 인출했다는 것만으로 강도살인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송희씨 사건에는 시신이 오랜 기간 부패되며 증거가 사라졌고, 흉기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기억력에 문제를 겪고 있는 또다른 용의자 강씨의 의혹을 확인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는 사건에 대해 차량이 없는 사람이 저지르기 어려운 사건이고,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해서 차량이 필요하다고 봤다. 강씨는 2002년에 운전면허도 없었고, 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전문가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 양씨가 본인이 직접 나서서 돈 인출을 하고, 적금을 해약하는 과정 때문에 제3의 여성들을 동원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적금을 해약해도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가방만 주웠다면 분실실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양씨는 그렇지 않았다.

한편 사건의 실마리를 알고 있을 두 여성 중 송희씨 역할을 했던 병은 지난 2011년 암에 걸려서 죽었다. 남은 용의자는 을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통화를 피했다. 단 을과 병이 일했던 주점의 사장은 양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사장은 양씨를 빨간색 양키스 모자를 쓰고 와 해병대 오빠라고 불렀다고 했다. 또 미성년자를 몇 명 데리고 있고, 차가 빨간색이라고 기억했다.

주인은 병이 양씨와 은행에 가는 과정에서 친했던 을을 데려갔다고 했다. 또 양씨가 여자 가방을 주웠는데 병이 그 적금을 찾았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을이 들었다고 했다. 병하고 을하고 무덤까지 가져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 또 10년 뒤에 출소한 양씨가 나타나 '내가 외국에 갔다가 왔는데'라며 병을 찾았다고 떠올렸다.

또한 전문가는 양씨의 체포순간을 의심했다. 본인이 전혀 인지하지 못한 내용을 말한다면 '무슨 얘기냐'는 반응이 나와야하는데 '영장을 보여달라'고 하는 건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또 양씨가 범행 당시 거주를 했던 여성이 있었다. 그는 어느날 집에 있는데 양씨가 내려와보러고 해서 갔더니 차를 타고 공장건물에서 마대자루 질질 끌고 와서 들라고 해서 트렁크에 실어줬다고 했다.

동거녀의 진술은 살인의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던 동거녀가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을 바뀌었다는 변호인의 진술을 주목했다. 또 변호인은 동거녀의 지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일반인이고 부끄럼이 많아 느리지만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또 진술을 하는데 무서워했다고 기억했다. 동거녀의 친구 또한 지적장애는 없다고 확인해줬다.

한편 양씨는 지난 2017년 검찰 이송 당시 생각지 못한 고백을 쏟아냈다고 했다. 공식적인 혐의를 부인하다가도 형사들과 있는 사석에서는 범행을 인정하는 말을 했다는 것. 드라이브 시켜주겠다고 유인해서 원룸에 범행을 저잘렀다고 말했다. 또 강아지를 불러달라고 "이제 마지막이다. 간다. 앞으로 못 본다. 잘 있어라"하면서 울면서 뽀뽀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석에서 나눈 대화는 자백으로 쓰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양씨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건 지난 2003년 부녀자 강간사건과 수법과 범행 수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파란색 검정색 모자와 청테이프, 칼, 등이 사용됐다. 그는 전기충격기로 강아지에게 실험했다고도 진술했다. 프로파일러는 생각지도 않은 살인을 하는 경우에 살인을 완성하기 위해 과도하게 가슴부인을 찌른다고 했고 양씨의 범행이 그 모습을 보인다고도 했다. 또 검거 당시 양씨의 휴대폰에는 '살인공소시효' '살인공소시효 폐지'가 검색된 흔적이 발견됐다.

놀랍게도 신앙심이 깊다는 양씨의 수첩 기도목록에는 '피해자의 행복과 평안'이라고 써있었다. 형사는 양씨가 "당연하죠 내 수첩에도 적어놨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가방만 주웠다면서 송희씨를 위해 기도한 이유는 뭘까. 또 그를 천사로 기억하던 수녀들은 "양씨가 과거에 잘못한 게 있는데 넘어가고 있다는 말을 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떠올렸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황수연 suyeon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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