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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치]성폭행 파문 이현주 감독 “억울” vs 피해자 “치졸한 변명” 박아름 기자
박아름 기자 2018-02-07 11:59:30


[뉴스엔 박아름 기자]

동성의 동료 영화감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현주 감독과 피해자 B감독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영화 '연애담'의 이현주 영화감독은 2월6일 오랜 침묵을 깨고 보도자료를 통해 커밍아웃과 동시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피해자 B감독은 "내가 원해놓고 뒷통수 친다고 믿고 있는 걸로 보여진다"며 이에 반박했다.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4월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신 후 만취한 B감독이 몸을 가누지 못하자 일행과 함께 인근 모텔로 데려갔다가 방에 단 둘이 남게 되자 B감독의 신체 일부를 만지며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잠에서 깬 후 이를 알게 된 B감독은 이현주 감독을 준유사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그 결과 이현주 감독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12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교육 40시간 이수명령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최근 B감독의 SNS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날의 기억

이현주 감독과 B감독이 기억하는 그날의 일은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이현주 감독은 B감독이 원했다고 판단, 자연스레 성관계를 갖게 됐다는 입장인 반면, 남자친구까지 있는 B감독은 경험칙상 자신이 레즈비언이라 고백하고 성행위를 요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먼저 이현주 감독은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행들은 피해자를 가까운 모텔에 데리고 가 침대에 눕혀줬고, 난 일행들의 부탁을 받아 피해자와 함께 있게 된 것"이라며 "술에 취해 잠이 든 줄 알았던 피해자는 어느새 울기 시작하더니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오열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고민을 내게 이야기했고 그런 피해자를 달래던 중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지게 됐다. 당시 나로서는 피해자가 나와의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성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나와 피해자는 다시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난 피해자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난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어떻게 모텔에 오게 됐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피해자의 기억을 환기시켜 줬다"고 사건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반면 B감독은 "사건당일 나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수업을 오후 10시경 마치고 동기 오빠 2명과 가해자 이렇게 넷이서 학교 근처 식당에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2차로 다른 식당으로 가면서 동기 오빠 한 명의 친구분이 동석하며 총 다섯명이 2차에서 술을 마시게 됐다. 2차에 갔을 때가 3시경이었는데 갑자기 취기가 올라와 테이블에 엎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기억 나는 것은 5시 경에 남자친구에게 집에 가겠다고 전화를 한 것이고 그 이후로 다음날 오전 12시, 모텔에서 깼을 때 까지의 기억이 없다. 당시 동기들의 진술에 의하면 내가 '집에 가야 한다. 대구 내려가야 한다' 는 말만 반복하고 몸을 가누지 못해 이대로 대구로 내려보내면 위험하다고 판단이 들어 근처에서 잠깐 재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때 가해자가 아는 모텔이 있었고 그 곳으로 동기 오빠 둘은 나를 번갈아 업어 가며 모텔 방안까지 이동했다. 오빠 중 한 명이 나를 침대에 눕혔고 오빠 둘은 여자인 나를 혼자 모텔에 두기가 위험하니 역시 여자인 가해자에게 함께 있어주라고 하고 나왔다고 한다. 그때가 오전 7시 40분 경이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정오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눈을 뜨고 보니 천장이 보였고 나는 상의 브라탑을 제외한 채 하의 속옷까지 모두 벗겨져 있었다. 깜짝 놀라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때 가해자는 옷을 다 입은채 침대 옆에서 기대어 있었다. '기억 안 나? 우리 잤어!'라고 말했고 나는 너무 당황했고 그때는 ‘잤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 내가 질문할 새도 없이 가해자는 웃으며 얘기했다. 너무도 원색적인 표현에 나는 더 듣고 싶지가 않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B감독은 이현주 감독의 무죄 주장에 1심 판결문 중 일부를 발췌, 공개했다. 1심 판결문에는 '피해자가 먼저 자신이 레즈비언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거나 성행위를 요구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만취한 나머지 울거나 피고인의 성적 접촉에 대해 무의식적, 육체적 반응을 나타낸 것을 과장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성적 접촉을 요구했다고 진술하는데 불과하다고 봐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 성범죄 특수성에 대한 이해의 차이

사건 직후 상황에 대한 두 사람의 시선과 생각 역시 엇갈리고 있다. 이현주 감독은 밥 먹고 차 마시고 대화대 해놓고 한 달 뒤 경찰에 신고한 것과 관련, 억울함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B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를 떠올릴 때 그리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 가해자는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며 피해자는 숨고 소극적인 이미지 말이다. 그런데 80%이상 성범죄의 대부분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고 그 때문에 성범죄 이후의 상황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전형적이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사건이 있고 난 바로 직후 나는 가해자와 ‘밥먹고 차먹고 대화했다’ 맞다. 다시 떠올리기 끔찍하지만 그날의 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가해자가 먼저 그날의 일을 말해버렸으니 말이다"고 성범죄의 특수성에 대해 언급했다.

B감독은 "모텔 밖으로 나와 가해자가 '밥이나 먹자'라고 했고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아야 했기에 근처 식당으로 갔다. 만약 내가 모르는 사람이나 처음 보는 사람과 모텔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밥을 먹으로 갔을 리는 없을 것이다. 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어찌된 건지 더 묻고 싶었지만 점심시간의 시끌벅적한 소음 사이에서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별 말 없이 각자 밥을 먹고 나가려는데 '모텔비 내가 냈으니 밥값은 니가 내'라고 가해자가 말했다. 그때까지도 상황파악이 안된 나는 시킨대로 계산을 했다. 식당 앞에 나오자 가해자는 '내게 스타벅스 무료 쿠폰이 있으니 가자'고 했고 난 거기서 얘기를 좀 들어보려고 했다. 까페에 앉았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내가 물었다. 가해자는 그제서야 얘길 시작했다. '니가 먼저 키스를 했어'라고. '그리고는?' '잤지 뭐'였다. 머리가 안 돌아가고 멍했다. 믿기지가 않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술 먹고 일어난 헤프닝이니까 절대로 남자친구한테 얘기하지 마'라고 했고 '너 때문에 안 좋은 기억이 생겼다'고 짜증을 냈다. 기억이 나지 않는 나로서는 '미안하다'고 대답했다. 바로 앞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준다기에 공항철도역까지 같이 갔고 헤어졌다. 대구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계속 눈물이 났다. 내게 일어난 일이 무슨 일인지 도통 모르겠어서였다. 집으로 오자마자 남자친구에게 괜히 짜증을 내고는 안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그대로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깼을 때 마음은 진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이 이야기를 남자친구에게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현주랑 잤대'라고 시작된 대화는 남자친구로 하여금 나와는 다르게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게 했던 것 같다. 나중에서야 알게되었지만 그 시간 이후 남자친구는 이것이 범죄일 수도 있겠다고 의심해서 가해자와의 모든 통화를 녹음해두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남자친구는 더 자세한 상황을 듣기 위해 가해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 통화에서 알게 된 모텔 안에서의 상황은 가해자가 'B가 답답해 보여서 팬티 스타킹을 벗겨주었고 이후 B가 먼저 가슴을 만지고 키스를 하길래 성관계가 시작됐다'는 것이었다. 남자친구는 일단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현주 감독은 "이후 난 피해자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시나리오 이야기를 했고, 전날 함께 술마셨던 사람들과 만든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눴으며, 피해자가 내게 물건을 빌려주는 등 그 이후에도 특별히 서로 간에 불편한 상황은 없었다. 그리고 헤어질 때에도 조만간 또 만나자고 하면서 헤어졌기 때문에, 난 피해자가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서 혹시나 불쾌해 하거나 고통스러워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피해자의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왔고, 나와 피해자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물었다. 난 이 때 두 사람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던 사실을 얘기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 격앙된 상태에서 통화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피해자와 통화를 했을 때에도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대화를 했고, 그 후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약 한 달 뒤 갑자기 피해자가 날 고소한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됐다"고 밝혔다.

# 2차 가해와 2차 피해도 있었나

B감독은 이현주 감독으로부터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B감독은 "다음 날 아침 나에게 문자 한통이 왔다. '니 남친한테 전화왔더라? 너 내 눈 앞에 띄면 죽여버린다' 살이 떨렸다. 너무 무서웠고 한참을 망설이다 가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가 사건 이후 나와 가해자가 나눈 첫 통화였다. 나는 다시 한번 모텔 안에서의 상황이 이해가 안되어 물었고 그때 가해자가 새로운 사실을 말했다. '니가 울면서 레즈비언이라고 고백을 했어. 내가 달래줬고 그러는 가운데 그렇게 된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이 말은 사건 당일 모텔에서가 아니라 사건 다음날 내가 전화했을 때 새롭게 덧붙혀진 말이다. 그 통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내가 남자가 아니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현주 감독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이야기했고, 이 일을 무마하거나 축소시키려고 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현주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수님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를 부탁한 사실이 전혀 없다. 합의를 하게 되면 오히려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무죄를 주장하는 저로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조차 없었다. 재판이 한참 진행되던 중에 교수님을 통해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사과다, 그 날의 시시비비를 떠나 이후 감정적인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인정하고 사건에 대해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전해듣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이는 그 일에 대해서 제가 범행을 인정한다는 뜻의 사과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B감독의 모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진상조사위가 꾸려진 상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측은 엄중하게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B감독은 "나의 모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 관계자분들은 이 사태에 대해 매우 분개하고 있으며 엄중하게 사건을 파헤치고 다룰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또한 가해자의 영화를 배급했던 배급사로 부터도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다. 더 이상의 화살이 학교와 배급사로 가지 않기를 바라며 빠른 조치와 대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고 전했다. (사진=청룡영화상 캡처)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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