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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대한민국, 굶주리지 않고 어떤 간절함 있겠나 김재민 기자
김재민 기자 2017-10-12 06:00:01

[뉴스엔 김재민 기자]

굶주리지 않은 자에게 간절함이 있을까. 거액 연봉의 늪에 빠진 선수들에게는 어떤 동기 부여가 있을까.

네덜란드와 대한민국는 10월 11일(이하 한국시간) 비보를 접했다. 네덜란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다. 네덜란드는 1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러시아 월드컵 A조 최종전에서 2-0으로 승리했지만 골 득실에 밀려 스웨덴에 조 2위 자리를 내줬다. 조 1위만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하고 조 2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유럽 예선에서 조 3위로 예선을 마친 네덜란드는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은 10월 10일 스위스 빌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A매치 친선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2군으로 나선 모로코를 상대로도 형편없는 수비 조직력을 보여주며 전반 10분 만에 두 골을 허용했다. 신태용 감독은 전반 28분 교체 카드를 3장이나 활용하면서 자신의 전술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후 한국은 2무 2패로 아직 무승이다.

두 팀은 다른 듯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배부른 선수가 너무 많다. 고연봉이 보장되는 선수들이 현실에 안주하면서 주류 축구계에서 도태되고 있다.

네덜란드 축구의 전설 루트 굴리트는 최근 독일 '스포르트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어린 유망주가 너무 일찍 자국리그를 떠난다는 점이다. 이미 만 16, 17세에 해외로 이적해 50만 유로(한화 약 6억 7,064만 원)를 벌어들이면서 경기는 한 경기도 못 뛴다"며 "네덜란드 리그에서는 22세 선수가 주장 완장을 찬다. 축구를 잘해서가 아니라 가장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고 네덜란드가 몰락한 이유를 지적했다.

나잇대를 조금 올려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서는 1, 2년 반짝 활약으로 이목을 끈 선수가 거액 연봉을 제시받고 빅리그로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숱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4-2015시즌 득점왕 멤피스 데파이, 2015-2016시즌 득점왕 빈센트 얀센이 대표적인 경우다. 데파이가 PSV 에인트호번에서 주전으로 뛴 건 단 2시즌이었고 얀센은 에레디비지 첫 시즌 득점왕을 경험하고 바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했다. 두 선수는 모두 실패했다.

그나마 최근 유럽 빅리그 명문 구단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네덜란드 출신 선수는 에레디비지에서 3~4년 이상 주전으로 활약한 후 빅리그 이적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어린 시절 거액 연봉을 받으며 빅리그에 조기 진출한 특급 유망주보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20대 초반을 잘 보낸 선수가 더 안정적으로 성장했던 것.

맨유 수비수 달레이 블린트는 아약스 유소년팀 출신으로 2008년 1군에 데뷔해 6시즌간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었다. 리버풀 미드필더 지니 바이날둠도 페예노르트와 PSV 에인트호번에서 9시즌을 뛴 후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거쳐 리버풀 유니폼을 입었다. 2009-2010시즌부터 5시즌간 페예노르트에서 활약했던 수비수 스테판 데 브리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한 후 빅리그 SS 라치오로 이적했다.

네덜란드가 검증이 덜 된 유망주의 해외 유출로 골치가 아프다면 한국 축구계에서는 다 큰 선수가 중국으로 이적하면서 발생하는 '중국화' 문제가 크다. 2010년대 들어 엄청난 '황사 머니'를 등에 업은 중국 축구가 양적 팽창을 시도했고 디디에 드록바, 니콜라스 아넬카, 마르셀로 리피 감독 등 유럽 축구계를 주름잡은 스타 선수, 명장이 중국 대륙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웃나라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K리그에서 두각을 보인 선수가 초특급 연봉을 받고 중국 무대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리그 팀은 공격진을 유럽 축구 출신 스타 선수로 채우고 수비진에 아시아 쿼터로 한국 선수를 영입해 쓰는 방식을 선호했고 김기희, 김주영 등 국가대표급 수비수가 다수 중국을 밟았다.

문제는 중국 리그로 진출한 수비수들이 대표팀에서 연이어 부진했다는 점이다. 경기력이 퇴보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중국파 수비수를 주축으로 수비진을 꾸린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 대표팀이 아시아 수준에서도 처참한 수비력을 보이면서 '중국화' 논란은 가중됐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후로도 이 논란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9월 A매치 기간에는 주장 완장을 찬 김영권이 부진했고 10월 A매치 기간에 열린 러시아전에서는 김주영이 자책골만 2번 기록해 팀 패배의 원흉이 됐다.

3대 거지 없고 3대 부자 없다던가. 배가 고프면 악착같이 일하고, 살기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법이다. 반대로 어린 시절부터 돈맛을 알고 나태해지는 사람도 흔하다.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아가는 축구 선수가 어떤 목표를 갖고 열정적으로 뛸지 의문이다. 점심 식사 배부르게 먹고 나면 한숨 자고 싶은 게 사람이다.(사진=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엔 김재민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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