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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기자 피터, 그는 목숨을 걸고 광주로 향했다(인터뷰)
2017-08-11 06:00:02

[뉴스엔 배효주 기자]

5.18 민주화 운동을 만방에 알렸던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깊은 뜻을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인 아내로부터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독일기자 '피터'의 실존 인물인 故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를 8월 1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영화 개봉을 맞아 지난 8일 방한한 그는 지난 세월 동안 일곱 번이나 서울을, 그리고 광주를 찾았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독일 제1공영방송 기자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선 독일 국민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열연했다. 지난 1980년 5월 일본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위르겐 힌츠페터는 우연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듣고 몰래 국내로 입국했다. 이후로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택시를 타고 삼엄한 통제를 뚫고 광주로 향했다.

외신기자의 출입도 철저하게 통제했던 만큼 위르겐 힌츠페터는 광주 참상을 생생하게 영상으로 담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그가 과자통 속에 몰래 넣어 가져간 필름은 이후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전 세계에 방송됐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으며, 지난해 1월 25일 타계한 후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는 유지에 따라 머리카락과 손톱 등의 유품이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안치됐다.

이번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의 한국 방문은 '택시운전사'의 제작 소식에 더없이 기뻐했지만, 영화 개봉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남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아내의 입을 빌려 위르겐 힌츠페터가 얼마나 한국과 광주에 대한 애정이 깊었는지 헤아려 짐작해볼 수 있었다.

영어 자막 버전의 '택시운전사'를 보고서 너무나 가슴이 벅차 제대로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는 아내는 "남편과 함께 '택시운전사'를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에게 한국은 고달픈 전쟁을 거친, 과거의 독일과 마찬가지로 분단의 아픔을 겪는 나라일 뿐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사랑했던 위르겐 힌츠페터와 함께하며 아내 역시 한국에 대해 애틋하고도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됐다.

아내는 "한국에 대한 내 감정은 남편에게 옮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의 감정을 나 역시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생전 남편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높이 평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본인 의지로 광주로 향한 것이었다. 남편이 갖고 있었던 열망과 열정을 그대로 이어 받았으므로 한국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굉장히 기뻐했다. 아내는 "처음에는 한국 영화 제작사를 잘 몰라 사양했지만, 믿음직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는 영화 제작을 찬성했다. 남편은 자신이 겪은 한 나라의 역사가 잊히는 걸 원하지 않았다. 물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있기는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다음 세대가 역사를 배울 때 시각적으로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로 만들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남편은 이를 승낙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내는 "남편에게 한국과 광주는 지난 과거의 기억이 아니다. 남편의 인생에 있어서 광주는 빼놓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곳"이라며 "택시운전사 김사복(극중 김만섭)이 남편의 가슴 속 응어리처럼 남아있었다. '만약 김사복이 살아있다면, 그를 한국에 만나러 가겠다'고 말씀하셨었다"고 말했다. 김사복을 향한 위르겐 힌츠페터의 생전 인터뷰는 영화 '택시운전사' 마지막에 나오기도 한다.

남편이 광주에서 촬영한 영상물을 직접 봤다는 그는 "영상을 보고 너무나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체육관에서 관 위에 태극기가 덮여져 있는 상황은 너무나 참혹했다"며 "도대체 얼마나 용기가 있으면 이렇게 참담한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고 촬영을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해야만 했다'고 답하더라"며 남편의 깊은 뜻을 전했다.

지난 8월 2일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올해 최단기 600만 돌파라는 값진 성적까지 일궜다.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이토록 흥행하는 데 대해 아내는 "한국의 유명하다는 배우 송강호 덕분이 아닐까"라면서도 "영화의 배경이 광주인 것 때문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추측해본다"고 말했다. 영화 흥행으로 인해 위르겐 힌츠페터의 용감한 취재 정신이 다시금 되새겨지며, 추모 열기가 불고 있다는 말에 그는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목이 메 말했다.

(사진=쇼박스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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