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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네살 김향기, 그 차갑고 시린 ‘눈길’ 걸은 이유(인터뷰)
2017-03-08 06:20:02

[뉴스엔 글 배효주 기자 / 사진 이재하 기자]

지난 삼일절 개봉한 영화 '눈길'(감독 이나정/제작 KBS)이 1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눈에 띄는 흥행은 아니지만, 소복히 눈 내린 길을 조용히 지나듯 관객의 마음에 잔잔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눈길'은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KBS 드라마 스페셜로 이미 한 번 방영했던 작품이다. 물론 영화화되며 재편집하거나 추가된 부분도 있지만, 이미 한번 공개됐던 작품임을 감안했을 때는 충분히 고무적인 성과다.

▲ 영화 ‘눈길’ 스틸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의 가슴 시린 우정을 그렸다. 가난한 환경에서 홀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다 영문도 모른 채 만주로 끌려간 소녀, 그렇지만 꿋꿋하게 살아남은 종분 역할은 아역배우 김향기가 맡았다. 올해 열일곱 살이지만 '눈길' 출연 제의를 받고 촬영에 돌입한 것은 열네 살 때 일이다. 그는 "드라마로만 보다가 큰 스크린으로 보니까 좀 더 소녀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았어요. 더 많은 게 표현되는 것 같더라고요"라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쉽지 않은 영화, 더욱 쉽지 않은 역할이다. 실제 미성년자 배우들이 연기한 만큼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열네 살 중학생에게는 확실히 어려운 선택이었을 터.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연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고, 우리 영화를 보시는 단 한 분이라도 위안부 피해자의 상황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출연하게 됐어요."

영애 역을 연기한 김새론과 함께 의지하면서 마음의 부담감을 덜었다고. 두 사람은 실제로도 2000년생 동갑내기다.

"(김)새론이와 실제 친구예요.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새론이와 함께 호흡을 맞춰가면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죠. 사실 감독님께서 저희가 내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할까 봐 걱정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충분히 배려해 주셔서 편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겨울, 얇은 한복을 입고 하얀 눈밭을 걷던 기억이 아스라이 남아있다는 김향기. 오래전 자신과 같은 나이의 소녀들이 겪었을 참혹한 현실을 연기하면서 한층 더 성숙할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을 담은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연기적으로도 성장한 계기가 됐어요.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을 연기했고, 게다가 너무나도 중요한 사건이잖아요. '눈길'의 종분 역을 맡으면서 한결 성숙해진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김향기는 '눈길'에 출연하면서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향기와 김새론은 '눈길' 시사회 등 관련 공식 석상에 참석할 때마다 가슴에 나비 문양의 위안부 배지를 착용한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다큐멘터리부터 서적까지 자료도 열심히 찾아봤다.

"중학생은 아직 역사의식이 자리 잡지 않은 어린 나이잖아요. '눈길'에 출연하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자료를 찾아본 게 아주 좋은 공부가 됐어요. 학교 역사 시간에도 배우지만, 아무래도 스스로 찾아보지는 않게 되잖아요. 제 친구들 역시 '눈길'을 보고 그분들의 안타까움을 가슴 깊이 새기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눈길' 방영 후에는 주변의 응원도 많이 받았단다. 특히 친구의 부모님으로부터 "어려운 결정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 가슴 뭉클하고 뿌듯했다고.

"'눈길' 출연은 앞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많은 분이 봐 주시고 그 시대 소녀들의 아픔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뉴스엔 배효주 hyo@ / 뉴스엔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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