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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의 연출, 조인성의 연기 부재로 결론날까봐 떨렸다” (‘더킹’ 조인성 인터뷰 ①) 박양수 기자
박양수 기자 2017-01-18 16:43:34


20대에 스크린에 화인을 찍었던 청춘스타가 중후한 30대 남자가 돼 돌아왔다. 한 세대를 훌쩍 건너뛰었음에도 ‘조각미남’ 후광은 여전하다. 연기엔 단단한 힘줄과 근육이 붙었다. 9년 만의 영화 ‘더 킹’(1월18일 개봉)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검사 박태수를 연기한 배우 조인성(36)을 최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조인성
▲ 조인성
■ 9년만의 스크린 복귀
확 꽂히는 작품이 없어서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갔어요. 2011년 전역 후 복귀작으로 한중 합작영화 ‘권법’에 출연하기로 결정하고 3년6개월이나 기다렸다가 떠나보냈죠. 노희경 작가님이 다시 콜을 주셔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했다가 ‘더킹이 들어왔어요. 2015년 4월에 독일로 여행가는 비행기 안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한재림 감독님을 만나봐야겠다 생각했죠. 박태수라는 인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점이 매력적이고 재밌었어요. 내레이션이 끊임없이 나오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 과거의 나를 되돌아본 작품
1980년대 초반 박태수의 고교시절부터 등장하는데 절로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 나이 때 난 어떤 고민을 하고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 때문에 내가 여기 있는 걸테니까요. 물론 지금도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10년 후의 얼굴을 무엇일까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과정이 아닐까요. 학교, 군대, 직장과 같은 시스템 안에 갇혀서 지낼 때도 그 안에서는 ‘왕’이 존재했고,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카테고리 안에서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는 기본적 욕망이 있잖아요. ‘더 킹’이 이를 심각하지 않게 툭툭 건드려 공감이 됐어요.

■ 의외의 장르 선택
범죄누아르 ‘비열한 거리’(2006년)와 같은 장르의 영화를 해야지란 의식은 깨졌어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가득한 노희경 작가님의 대본 안에서 위로를 받았고, 영화 ‘쌍화점’을 하며 연기로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쳤던 경험을 해서인가봐요. 장르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고 이야기로 받아들이자, 장르는 수용자들이 구분해 주겠지란 생각으로 바뀐 것 같아요. ‘더킹’을 정치드라마로 받아들이며 심각하게 본 분도, 풍자와 해학의 코미디로 가볍게 본 분도 있을 거예요. 상업영화, 15세 이상 관람가란 수위에 맞춰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해요.

■ 영화 4~6편 찍은 느낌
‘비열한 거리’ ‘쌍화점’ 모두 100회차가 넘게 찍은 작품인데 ‘더킹’도 마찬가지였어요. 더욱이 104회차 중 80회차 이상 제가 등장해요. 내레이션도 맡아 감정을 많이 실었다가 드라이하게 해봤다가 수없이 많이 녹음했더니 영화 대여섯편을 찍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촬영 전엔 “또 힘들게 작업해야 하나”란 걱정이 들었고, 이후엔 “너무 많이 나와 뭇매를 맞으면 어떡하지”란 부담과 외로움에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영화 반응이 안 좋으면 곧 한재림의 연출, 조인성의 연기부재로 결론 나버리니 그게 너무 떨렸어요. 눈치를 채셨는지 감독님께서 “나도 있고, 촬영·조명감독도 있고, 정우성 형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위로해 주더라고요.

■ 우연과 필연이 맞아떨어진 연기
연기가 안 될 때는 죽어라 안돼요. 연기에 대한 부담도 많은데 ‘더킹’에선 우연과 필연이 잘 맞아떨어져 댕큐예요. 연기를 할수록 빼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공감이 절로 되니까 무리할 필요 없이 대사만 치면 잘 묻어났어요. (배)성우형과는 워낙 친한 사이라 검사 양동철과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친구인 들개파 2인자 두일 역 (류)준열이의 담백함과 무표정한 페이소스에 동적인 내 연기가 붙으니까 잘 어우러졌고요. 대신 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은 채 현장에서 틀어서 연기하는 시도를 해봤어요. 예를 들어 웃지 말아야 할 때 웃는 식이죠. 일상적이면서 감정은 감정대로 몰입해야 하는 감독님의 취향과 맞으면서도 저 역시 편했어요. 그 안에서 내가 맘껏 놀 수 있으니까.

■ 개과천선한 악인 이야기
‘더킹’은 개과천선한 악인 이야기에요. 우리 모두 말 못할 비밀은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나요. 매순간 청렴결백하게만은 살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일테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오나 비밀을 감추게 되는 것 같아요. 태수 역시 인과응보의 시간을 겪고요. 그런 시선으로 봐준다면 태수나 ‘더킹’이 이해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적 기법에 치중했다면 할리우드 영화처럼 더 세게, 파국적 결말로도 갈 수 있었겠지만 태수를 버려버리면 이 영화를 보는 의미가 사라졌을 것 같아요. “관객이 태수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가야 한다”가 우리의 숙제였어요.

■ 가장 기뻤던 인생의 순간
영화에서 태수가 사법고시에 합격했을 때 시골에서 단체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가족·친척들에 의해 헹가래 쳐지는 장면이 있어요. 하늘에서 활짝 웃고 있는 태수의 얼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누구나 “앗싸” 하는 순간이 하나씩 있잖아요. 잇몸을 다 드러내고 웃는, 가장 행복했던 얼굴이자 순간이겠죠. 내게 그런 꽃 같은 모습은 MBC아카데미에 합격했을 때였어요. 내 인생의 가장 눈부신 찰라였어요. 대단한 건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대부분 합격하는 거였더라고요. 그때 나의 얼굴이 많이 기억나요.

■ 웃자고 만든 영화 리얼이 됐네~
‘더킹’은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 시대부터 2000년대 이명박 대통령 시대까지 한국의 근현대사를 망라해요. 촬영할 때는 국정농단 비선실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라 “이 정도 이야기는 해볼 만하지 않나” 싶었어요. 심리적 압박을 느낄 이유도 없었고, 우리는 그런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생각이었죠. 그땐 용기인 줄도 몰랐어요. 풍자하자고 만들었는데 영화 속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실제 벌어지니까 당혹스럽더라고요. 웃자고 만들었는데 리얼이 돼버린 격이니. 공감보다는 풍자에 방점을 찍었는데...감독님이 신 내린 거 아니냐 등 다양한 말과 해석이 나왔어요.

■ 드라마는 공감, 영화는 제시
드라마로 출발했으니까 드라마가 더 편해요. 배성우 형은 “연극은 딱 2시간만 연기하면 돼”라며 연극이 편하다고 하죠. 과거에 영화는 필름시대였고 드라마는 테이프 시대였는데 이제는 똑같이 디지털 시대잖아요.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데 관객과 시청자들도 동일하고요. 각각의 메리트는 있겠지만 이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나의 목표로 생각이 정리가 됐어요. 드라마는 공감이고 영화는 제시가 아닐까요. 내가 힘껏 한번 해보자 하는 건 소재의 제약이 있는 드라마보다 영화에서 시도하면 될 거고, 공감을 요구하는 소재나 멜로는 회를 거듭할수록 나오는 캐릭터의 매력이 분명히 있는 드라마에서 하려고요.

■ 신선한 작품...영원한 청춘 소망
트렌드성 강한 작품들은 별반 하고 싶지는 않아요. ‘내부자들’이 성공했다고 비슷한 장르영화를 선택한다면 아류가 돼버리니까요. 조금 신선했으면 좋겠어요. ‘미생’도 신선하잖아요. 몇해 전 관계자들과 도깨비, 저승사자 등 청춘을 대변하는 우리의 불멸하는 캐릭터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도깨비’가 딱 나와버렸어요.(웃음) ‘디마프’를 하고나서 “죽을 때까지도 청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그러려면 항상 새로워지려고 노력해야겠죠. 오래 활동했으니 더 새로워져야 해요. 저를 많이들 보셔서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사진=조인성



/ NEW 제공)

뉴스엔 객원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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