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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의 허세, 문제작이 아니라서 문제[윤가이의 팝콘중독] 윤가이 기자
윤가이 기자 2017-01-05 13:30:01


너무도 익숙한 풍경, 학교다. 누구나 인생의 꽤 긴 시기를 보내는 곳. 물론 학력 차이는 존재하지만, 우리 대한민국도 2004년부터는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까지 무상 의무교육이 실현됐으니, 작금을 살며 학교 안 다녀본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교정, 교실, 체육관(운동장) 또는 강당 같은 공간에서의 추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지나와 생각해보면 유치할수도 그러나 찬란했을지 모를 학창시절의 기억들. 개중엔 아프고 힘들어 죽어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상처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에서 이 학교라는 공간은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이 끔찍한' 공간이다. 남녀주인공 김하늘(효주 역) 유인영(혜영 역) 이원근(재하 역) 누구에게도 학교란 곳은 유치했으나 찬란한 장소도, 슬프도록 아름다운 배경도 아니다. 많은 이들에게 평범하고 익숙한 그 학교가, 이토록 무시무시한 실체(?)를 드러낼 줄이야.

4일 개봉한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가 재단 이사장의 딸 혜영으로 인해 정교사 자리를 놓치고, 자괴감과 질투로 몸부림치다 혜영과 남학생 재하의 은밀한 관계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여교사'란 자극적 타이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까지, 자연스럽게 선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이는 사실 외피(外皮)일뿐. 영화는 성인물이라기엔 부족하고, 차라리 심리 드라마라고 보는 편이 맞다. 계급차, 연령차, 입장차에서 오는 결핍과 부족, 그래서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들이 압축됐다.

가진 게 거의 없어서 욕망은커녕 체념이 익숙한 한 여자가, 다 가진 라이벌과 맞닥뜨려 어떻게 변모하는 가를 기록한다.(효주) 또 나이가 어리고 미숙하다고 해도 남다른 욕망만 있다면 어디까지 영악해질 수 있는 가를 펼쳐놓는다.(재하) 또 해사한 얼굴로 선의를 베푸는 것이 상대에 따라 악행으로 수용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혜영) 때문에 학교란 공간은 그저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고 점심을 먹거나 운동을 하는 곳이 아니라, 욕망의 늪일수도, 피냄새 진동하는 전쟁터일 수도 있다.

'거인'(2014)으로 제36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이보다 앞서 '얼어붙은 땅'(2011)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국내 최연소 진출하는 등 입봉 후 많지 않은 작품으로도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를 맛본 김태용 감독은 스스로 남성임에도 여성들의 내밀한 감정에 천착하는 도전을 해냈다. 영화는 여성 입장에서 보고 있으면, 감정의 굴레에 빠져들수 있게끔 중반부까지의 내러티브가 꽤 세밀하고 리얼하다. 굳이 여성이 아니어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질투, 경계, 욕망같은 '빨간색' 감정들이 흉측하게 펼쳐진다. 보는 이에 따라 모멸감을 느낄 만한 대목들도 즐비하다. 1987년생(비교적 젊은) 남성 감독이 어떻게 여성들의 심리에 이토록 가까이 현미경을 갖다댈 수 있었는지, 그 용기나 시도는 박수받을 만.

하지만 도리어 두 여교사 사이 재하의 행동에 개연성이 부족하고, 재하 캐릭터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지면서 영화 전체의 축이 흔들리는 느낌은 내내 남아 아쉽다. 재하의 말과 행동은, 단순히 이성에 대한 갈구로 보기엔 어딘가 어색하다. 그렇다고 재하 캐릭터를 그저 그릇된 욕망이 창궐한 악역으로 두고보기도 애매해 문제다. 시나리오의 허점이 연출의 미덕까지 가려버린 사례.

홍보 과정에서 자칭 '문제작'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문제작이 될만한 명분이 없어 문제다. '여교사'의 문제작 행세는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쉽게 들통나고 말 것으로 보인다.

결말로 가면서 공포물의 인상마저 주는 데, 애초의 톤을 뒤흔드는 심각한 몇 장면들이 생뚱 맞다. 공포 장치를 굳이 쓰지 않아도 디테일한 심리변화를 따라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파장이 가능했을 듯. 김하늘 유인영 이원근의 연기력은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특별한 찬사도 보내긴 어렵다. 96분. 청소년 관람불가. 4일 개봉. (사진=필라멘트



픽쳐스)



[뉴스엔 윤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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